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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정무를 바꿀 수 없지만, 정무는 정책을 바꿀 수 있다. 활동가와의 저녁 자리에서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오랫동안 특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활동가는 그날 자신의 오랜 염원이었던 개 식용 금지법이 특정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의 심정을 우리에게 소상히 설명해주었는데, 당시 그가 지었던 표정은 아직도 해석되질 않는다.국회에서 일하게 된 후, ‘왜 그곳에서 일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새로이 만나게 된 사람, 아니 원래 알던 사람들도 한
국회단상
국고은 변호사
2024.03.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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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시간에는 분절이 없다. 1년이 정확히 365일인 것도 아니다. 1년의 시작이 1월 1일이어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계절을 나누고 시간을 매긴다.시간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과거를 기억한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를 나누기에 일기를 쓸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이유 역시 특정한 사건을 엮어서 기록할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나아가 우리는 시간을 나눔으로써 미래의 일정한 시간을 그려볼 수 있다. 매년 연말연시, 달력 위 숫자만 같을 뿐, 태양이나 지구의 위치 무엇 하나 같은 것이
국회단상
성영준 변호사
2024.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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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국회에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제21대 국회는 ‘입법’이라는 본연의 모습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급증한 의원 발의 법안의 건수는 심사의 부담이라는 새로운 숙제도 안겨주었다. 발의에 급급해 부실한 법안이 제출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개를 젓기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과제 중 하나는 이러한 적극적 입법 활동의 그늘을 해결하는 것이 될 것이다.크게 두 가지의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하나는 불필요하게 법안 발의 건수를
국회단상
김광현 변호사
2024.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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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보고서 등에 ‘입법정책적’이라는 문구를 자주 쓰곤 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리고 의원실이 주최하는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현행 법체계 내에서 주류 통신판매 관련 규제는 실질적으로 법령이 아닌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 규율하고 있다. 위 국세청 고시가 법률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현재의 주류 통신판매 관련 규제는 사실상 국회의 입법영역보다는 정부의 정책영역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에서
국회단상
황성필 변호사
2023.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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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당시 저녁 자리에서 총괄실장이 팀 막내에게 처음으로 직접 경험해 본 선거의 중간 소회를 물었을 때 그가 “실장님 루소의 말이 참 맞습니다. 시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그 외에는 노예가 된다는”이라 답해 이르게 마쳤던 날을 기억한다.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대의제가 결코 민주주의와 어우러질 수 없다 지적한다. 그는 단절된 개인의 의사 표시인 투표는 결코 시민을 대표할 수 없다고 짚으면서, 민주주의와 대의제는 완전히 다른 개념임을 주장한다. 시민은 투표로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제도만을 위해
국회단상
국고은 변호사
2023.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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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6년이 넘었다. 선배들에 비하면 짧지만, 변호사 가운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물어보는 일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 좋고 나쁘냐는 것이다.보좌직원으로 일하는 매력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자율성을 꼽는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건의할 수 있다. 사회적인 의제를 선정하는 데에 일조할 수도 있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국회의원을 보좌하기에 얻을 수 있는 특권이자 기회이다.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일이 ‘방위산업의 날’을 제정하는 데 조
국회단상
성영준 변호사
2023.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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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발의 법률안의 숫자다. 9월 초, 제21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률안 수는 21805건으로 이미 제20대 국회의 그것을 넘어섰다. 물론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하여 모두 통과되는 것은 아니고,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 제출 법률안이 의원제출 법률안보다 많았던 때도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다만 법전의 한 구석에는 여전히 정리해야 할 몇몇 조항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법에도 청소가 필요하지만, 청소는 언제나 힘들고
국회단상
김광현 변호사
2023.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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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야근을 참 많이 한다. 최근에는 2023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작성을 위하여 조사관들과 밤낮으로 조사, 분석에 매진하였다.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는 사안을 정하여 현황과 개선방안을 수록한 것으로, 입법조사처에서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이다.물론,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 작성 이외에도 야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로펌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야근을 많이 하냐”고 묻는 지인과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답을 하고자 한다.우선, 현
국회단상
이수환 변호사
2023.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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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회 내에는 입법권을 실질화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지원조직이 있다. 통상 국회사무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등을 말하고, 넓게 보면 국회의원실까지 포함된다. 필자는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한 뒤 현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입법지원조직의 기능 및 역할 등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우선, 법안에 대한 입법지원조직의 역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 의
국회단상
황성필 변호사
2023.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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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의 출근길이 한층 편안해졌다. 올림픽대로, 노들로를 지나 국회로 출입하는 진입로에 길게 늘어섰던 차량 행렬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아침잠 없는 아이와 씨름하며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던 나의 출근길에도 다소간의 여유가 생겼다.평소에는 국회의 입법·정책 활동에 밀려 후 순위로 두었을 지역 행사도 이제는 필히 참석해야 할 주요 행사가 된다. 상대 후보가 될 법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지켜보아야 하고, 같은 당의 경쟁자가 생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주민들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민감하
국회단상
김상욱 변호사
2023.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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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3년 차에 국회로 옮겨 국회 생활 3년 차. 국회에서 상임위 전체 회의보다 자주 겪은 것은 누군가를 보내는 일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가 이곳을 떠나고 그만큼 새로이 이곳에 도착한다.지난달 우리 방 5명의 직원 중 2명을 보냈다. 여당이 되었고, 곧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사람이 바뀌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란다. 그리도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도 누군가를 보내는 일은 어째 익숙해지질 않는다. 놀란 것은 아닌데, 이 아사리판을 떠난다니 축하해 줄 일인데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독해하니 부정의 감정들밖에 읽히질 않는다. “그
국회단상
국고은 변호사
2023.05.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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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13건의 사건에 관하여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날은 유독 많은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린 날이었다. 법률 제18861호로 검찰청법을 개정한 행위와 법률 제18862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행위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관한 결정이 선고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 필자가 주목했던 결정은 또 있었다. 담당 법률 중 하나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었던 것이다.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혼인 중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국회단상
김다혜 변호사
2023.04.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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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국회가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때가 언제일까? 실질적 의미의 국회는 때를 가리지 않고 미움을 받고 있지만, 장소적 의미의 국회는 꽃피는 봄이 오면 절대적 사랑을 받는다.여야의 정쟁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회를 둘러싼 여의도 ‘윤중로’는 평소에는 인적이 드물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이 되면 전 국민의 발걸음이 향하는 축제의 현장이 된다. 여의도에서 세 번째 봄을 맞는 필자도 이제는 익숙해질 법한 이 축제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윤중로 한
국회단상
김상욱 변호사
2023.03.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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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관들 사이에는 소위 ‘격무위원회’로 이름난 몇몇 위원회들이 있다. 지금 국회는 매달 임시회가 열리고, 회의 일정이 빽빽이 잡히는 터라 어딘들 격무가 아닐까 싶긴 하지만, 전통적인 격무위원회 중 하나는 역시 법제사법위원회인 듯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아마도 다른 위원회 입법조사관들이 수행하는 입법조사 업무 외에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체계·자구심사’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국회법’ 제59조에서는 다른 위원회에서 법사위에 안건을 회부한 지 5일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의안을 상정하도록
국회단상
김다혜 변호사
2023.02.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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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밝았다. 국회의 시간은 회기를 기준으로 흐른다.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내년 5월 29일에 만료되니 제21대 국회의 후반부에 돌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쯤 국회 상임위원회 입법조사관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법안들을 헤아리는 작업을 한다. 국회 임기 만료일까지 처리되지 않은 법률안은 아쉽게도 ‘임기만료 폐기법안’으로 분류될 테니 앞으로 법률안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년 5개월 남짓.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법률안의 생명력은 많은 요소와 연결되어 있는데, 생명력에 온기를 더하는 요소들은 대개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 결
국회단상
김다혜 변호사
2023.01.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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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다.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권리는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세간의 이목을 끈 사건의 피고인 김만배를 변호한 법인에게 압수·수색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대중은 검찰의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에 환호한다. 죄가 있는 자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옥에 넣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 절반의 지지를 이끌어 당선되었으니 정권 유지 측면에서
국회단상
김상욱 변호사
2022.12.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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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 세 번째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어 간다. 약 3주간의 일정이 끝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정기회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2023년도 예산안 심사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시간을 앞두고 소관 부처와 기관의 2023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며, 기존 예산의 집행실적이 저조하지 않은지, 신규 사업을 위한 예산은 적정하게 책정되었는지, 예산안 편성에 있어 법령과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위반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중이다.예산안 심사를 준비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가 법조인의 꿈을 꾸며 수학하던 중 교
국회단상
김다혜 변호사
2022.11.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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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날씨는 어느 때보다도 변화무쌍했다. 6월부터 매우 무덥기 시작하더니 역대급 호우로 인하여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사태를 겪고 ‘강남제네시스좌’ ‘신림 펠프스’라고 명칭되는 사진들도 올라올 정도 였으니 말이다.국회 보좌진의 삶도 이처럼 변화무쌍하다. 대개 8월부터 보좌진들은 국정감사에 쓸만한 이슈들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다닌다. 지역구 의원실의 경우, 지역구 행사를 참여하는 동시에 지역구민들의 민원사항들을 수집하여 국정감사에 반영하기 위하여 더 많은 자료를 조사하기도 하고, 여의도에서는 관계부처 직원들뿐만 아니라
국회단상
박상윤 변호사
2022.10.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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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소속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여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정치인으로서 지위.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에게 주어지는 이중적 지위이다.그때문에 국회의사당의 많은 공무원들은 정당인으로서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위에 의해 요구되는 자세는 바로 ‘정치적 판단’ ‘정무적 감각’이다.정치적 판단, 정무적 감각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요술 방망이와도 같은 활용도를 보이는데, 흔한 용법 중 하나는 “명분 없는 일을 행할 때의 창피함을 모면”하는 데
국회단상
김상욱 변호사
2022.09.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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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사에서 네 번째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되었다. 국회의 고참 보좌진들은 각자의 야당지론을 펼치며 “야당의 자세”를 가르치느라 분주해졌다.사실, 여·야의 변동으로 수반되는 가시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일례로, 필자 주변의 많은 어르신은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제 1번 당이 바뀌는 것이냐”를 물어보셨지만, 투표 용지상 번호는 국회 의석 순으로 결정된다(공직선거법 제150조). 국회 회의장 자리도 그러하다. 관례적으로 본회의장내 의석의 배정은 가장 다수당인 제1 교섭단체를 의석의 중앙에, 제2 교섭단체는 의장석을
국회단상
강지은 변호사
2022.08.22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