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 변호사
김다혜 변호사

국회 입법조사관들 사이에는 소위 ‘격무위원회’로 이름난 몇몇 위원회들이 있다. 지금 국회는 매달 임시회가 열리고, 회의 일정이 빽빽이 잡히는 터라 어딘들 격무가 아닐까 싶긴 하지만, 전통적인 격무위원회 중 하나는 역시 법제사법위원회인 듯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아마도 다른 위원회 입법조사관들이 수행하는 입법조사 업무 외에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체계·자구심사’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법’ 제59조에서는 다른 위원회에서 법사위에 안건을 회부한 지 5일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의안을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일의 시간이 꽤나 긴 것 같지만, 해당 안건의 상정일 48시간 전에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소속 위원회 위원들에게 배부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안건들을 검토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그 시간 동안 헌법이나 다른 법률과 충돌되는 사항은 없는지, 입법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규정은 없는지, 개정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서 규율의 공백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빠짐없이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공조는 존재한다. 체계·자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입법취지를 충분히 구현하는 일이다. 의결된 법률안의 개정 규정과 해당 상임위원회의 회의자료,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대개 그 법률안이 의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어, 그 입법취지를 알 수 있다.

다만, 공조가 있다면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조력자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많은 경우 그 법률을 발의한 의원실이고, 그 법률심사과정에 있었던 해당 상임위원회 입법조사관이며, 그 법률을 집행할 행정부 담당자, 그 법률을 적용받게 될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법률안 이면에 숨겨져 있는 개정 배경을 생생히 들려주는 소중한 조력자이다.

처음에 법제사법위원회에 왔을 때 필자는 조력자들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다른 법률과의 체계를 맞추어 보는 일에 몰두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경청 없이 이루어지는 검토 결과는 가끔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유사 법률의 입법례와 기존 판례를 고려하여 이렇게 수정하면 더 좋은 효과가 나리라 생각했는데 전화가 다급히 울렸다. 사실은 그 입법례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이렇게 의결된 과정이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법안을 보면 이면의 전후사정이 비쳐보였다. 그 후 법안과 관련하여 연락이 올 때마다, 다른 일들은 잠시 제치고 귀를 열게 된다.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위원회의 일정 속에서, 경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해당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법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귀를 열어두기만 하면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들에게 이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전한다.

/김다혜 변호사
법학박사·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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