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 변호사
김다혜 변호사

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13건의 사건에 관하여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날은 유독 많은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린 날이었다. 법률 제18861호로 검찰청법을 개정한 행위와 법률 제18862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행위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관한 결정이 선고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 필자가 주목했던 결정은 또 있었다. 담당 법률 중 하나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었던 것이다.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혼인 중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생부의 출생신고’ 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위 법률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리고 입법시한은 2025년 5월 31일로 두었다.

헌법재판소에서 법률 규정에 관하여 단순위헌 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때 입법조사관 앞으로 해당 규정에 관하여 개정방향을 묻는 문의가 이어진다. 이럴 때마다 먼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하여 해당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어있는지 찾아보시기를 권유한다. 상당히 많은 경우 이미 유사한 방향으로 다수의 입법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법률가의 해석론과 국회의 입법론은 먼 듯 하지만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더불어 주목할 것은 결정문 내의 입법개선론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문 또는 대법원 판결문에 더러 입법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현행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개괄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정도이지만, 현재상황의 문제의식에 뿌리를 두고 제시되는 개선론이라는 점에서 입법과정에서 존중받는다. 일례로, 최근 민법에 미성년자 상속인을 위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신설되었는데(제1014조 제4항), 개정 당시 대법원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미성년 상속인 보호를 위한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는 점이 입법동력으로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입법과정에 몸담고 있는 자로서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을 마주하는 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반가울 수 없다. 그러나 숙성된 논의에 이와 같은 윤활유가 가해진다면 비교적 빠른 개정을 기대할 수 있고, 개정 방향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환영할 만하다. 법률가는 미래를 말하는 일에 익숙한 직역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법률가는 결정문을 통해서 앞으로의 법률을 엿보는 것만큼은 비교적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2025년 5월 30일까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를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 2021헌마975 결정문을 통해 예측해 보시기를 권한다.


/김다혜 변호사
법학박사·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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