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변호사
김상욱 변호사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소속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여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정치인으로서 지위.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에게 주어지는 이중적 지위이다.

그때문에 국회의사당의 많은 공무원들은 정당인으로서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위에 의해 요구되는 자세는 바로 ‘정치적 판단’ ‘정무적 감각’이다.

정치적 판단, 정무적 감각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요술 방망이와도 같은 활용도를 보이는데, 흔한 용법 중 하나는 “명분 없는 일을 행할 때의 창피함을 모면”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위 용법으로 이용되는 ‘정무적 감각’은 대개의 경우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사법부의 판단을 요하는 상황을 야기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대한 사법부의 개입을 ‘정치의 사법화’라고 비판하며 정치권의 행위는 국민에게 선거로써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을 재판부로 끌고가는 주체 역시 십중팔구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자성이 먼저임은 명백하다.

사법부는 그간 정치의 영역을 어느 정도 존중해 왔다. 정당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나 입법 과정에서의 하자, 권한 쟁의 등 수많은 문제에 대해 판단을 거부해 오히려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정당 대표와 정당 간의 주도권 다툼에 대한 사법부의 비겁하지 않은 결정은 그래서 신선하다. 정당 민주주의가 무제한 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님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담당 판사를 특정 단체 소속이라고 매도하며 잘못된 정보를 흘렸고, ‘정치적 판결’이라는 식상한 프레임을 씌웠다. 결정문을 논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무적 감각을 동원한 ‘정치적 유불리’로 해석한 결과일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소란이 정무적 감각에 대한 ‘정치의 사법화’이든, 정치적 판단에 의한 ‘사법의 정치화’이든 전혀 중요할 게 없다.

‘누가’ 어떠한 ‘절차’로 권력을 행사할 것인지는 국민의 삶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은 정당과 의회가 ‘언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정무적 감각을 권력 쟁취의 도구로 활용하다보면 우리는 더 자주 정치의 사법화와 정치적 판결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 입법부에 대한 사법부의 존중을 다시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과 공익을 위해 정무적 감각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김상욱 변호사

국회의원 선임비서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