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 변호사
김다혜 변호사

제21대 국회의 세 번째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어 간다. 약 3주간의 일정이 끝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정기회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2023년도 예산안 심사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시간을 앞두고 소관 부처와 기관의 2023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며, 기존 예산의 집행실적이 저조하지 않은지, 신규 사업을 위한 예산은 적정하게 책정되었는지, 예산안 편성에 있어 법령과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위반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예산안 심사를 준비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가 법조인의 꿈을 꾸며 수학하던 중 교수님께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다. 상대방의 서면을 받아보는 일이 마치 러브레터를 받는 일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면을 받아보면, 어떨 때는 예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다시금 서면을 작성하게 된다는 교수님의 이야기에 법학도로서 가슴이 뛰었다. 종종 주변에서 변호사로서, 입법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한 소회를 물어온다. 매번 아쉬운 점으로는 상대방의 서면을 받아보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꼽아왔다. 그러나 정정이 필요할 것 같다. 예산안 심사 때만큼은 소관 기관의 변론이 가득한 서면을 넘치도록 받아볼 수 있다.

입법조사관이 검토하는 차년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모든 부처와 기관과 줄다리기 끝에 마련한 안이다. 예산안을 검토하면서 지적하고자 하는 사항에 관하여 자료를 요청하면, 소관 기관이 자료와 답변을 보내오는데 예산안 편성될 시점의 부처 목표, 기획재정부와의 조정 과정, 조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은 삭감된) 예산안에 관한 부처의 입장까지 예산안 제출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예산안을 “당사자 간 투쟁의 결과물”로 해석한 문헌도 있는데, 일부 찬성한다. 예산안의 사업설명과 예산액만으로 유추하기 어려웠던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지적하고자 했던 주제의 적절성을 고민하게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소위 투쟁의 이야기에 경제 상황의 변화까지 더해지면 더욱 고심을 하게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19의 영향으로 삭감되거나 동결되었던 해외 교류 관련 예산은 다시 2019년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된 반면, 사업의 예산액마다 최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물가인상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충실한 정책집행을 위한 예산안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는 예비심사이니만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법의 세 차례 개정을 통하여 확보한 상임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권에 관한 존중이다. 이렇게 힘겹게 획득한 상임위원회의 예산안심사의 무게를 잘 지탱할 수 있도록 다시금 도착한 자료를 열어본다.


/김다혜 변호사

법학박사·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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