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변호사
김상욱 변호사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의 출근길이 한층 편안해졌다. 올림픽대로, 노들로를 지나 국회로 출입하는 진입로에 길게 늘어섰던 차량 행렬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아침잠 없는 아이와 씨름하며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던 나의 출근길에도 다소간의 여유가 생겼다.

평소에는 국회의 입법·정책 활동에 밀려 후 순위로 두었을 지역 행사도 이제는 필히 참석해야 할 주요 행사가 된다. 상대 후보가 될 법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지켜보아야 하고, 같은 당의 경쟁자가 생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주민들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의도보다는 지역 활동에 무게추가 쏠릴 것이고, 출근길은 점점 더 가벼워질 것이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정당의 존재 목적이 정권 창출이듯, 국회의원의 목적은 당선이다.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과 비전, 그에 기반한 성과로 다시 한번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국회의원의 최고 영예이고, 보좌진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의 선택은 비례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석이 걸려있는 지역구에서 결정되기에 선거의 성패는 결국 지역구 관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의 민주제’와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부이며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이라는 당면한 과제를 위해 국익이나 대승적 정책보다는 지역 주민을 우선하여야 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에 맞닥뜨린 정치인의 힘자랑이 극대화되면 국가 발전에 커다란 장애물이 생기기도 한다. 괴상하게 휘어진 철도, 엉뚱한 자리에 위치한 역사 등이 선거라는 현실을 마주한 어떤 힘 있는 자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교과서와 헌법재판소의 입장과는 달리 내 집 앞으로 철도를 틀어놓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지역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승산이 생긴다. 씁쓸하지만 현재의 선거 제도가 국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도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본인이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진 친구이고, 수준급의 결과물을 내는 것은 물론 타고난 성실성을 바탕으로 반드시 채워주어야 할 빈 부분을 묵묵히 메워주던 믿음직한 직원이 가장 먼저 지역구로 자리를 옮겼다.

곧 빈자리가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변호사 출신이라고 해서 의원 회관 자리를 꿰차고 앉아 선거를 피할 수는 없다. 배운 것과는 다른 실전에서의 성취를 위해 하는 고되지만 필요한 선택이 곳곳에서 거듭될 것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지만 이 짧은 헤어짐도 일단은 이별이라고 먼저 보낸 직원이 마음에 걸린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이라며 납득하기엔 교과서와 현실의 거리가 아직은 먼 듯하다.

/김상욱 변호사
국회의원 선임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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