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필 변호사

필자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보고서 등에 ‘입법정책적’이라는 문구를 자주 쓰곤 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리고 의원실이 주최하는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현행 법체계 내에서 주류 통신판매 관련 규제는 실질적으로 법령이 아닌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 규율하고 있다. 위 국세청 고시가 법률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현재의 주류 통신판매 관련 규제는 사실상 국회의 입법영역보다는 정부의 정책영역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에서 정부의 정책활동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된 것이다. 문득, ‘입법’과 ‘정책’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국회법 제22조의3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업무 중 하나로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조사·연구”를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기관명만 보면 ‘입법’ 관련 사항만을 조사하는 기관처럼 보이지만, 설립근거 규정에는 ‘입법’에 더해 ‘정책’도 조사·연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가 외부 전문가들과의 학술적 교류 촉진을 위해 2009년 12월에 창간한 학술지의 이름도 ‘입법과 정책’이다.

국회법에서 “정책”이란 법문구가 나오는 다른 규정을 찾아보았다. 대표적으로, 기관명에 “정책”이란 문구가 들어간 국회예산정책처 관련 규정(국회법 제22조의2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외에,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관련 규정(국회법 제34조 등), 예결위의 종합정책질의 규정(국회법 제84조 제3항)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최근에 국회규정을 개정하여 각 상임위원회 입법조사관의 세부명칭을 신설하였는데, 예를 들어, 국회 법사위에 근무하는 입법조사관의 세부명칭은 ‘법제사법정책조사관’으로 약칭된다.

‘정책’의 정의를 찾기 위해 정책학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다. 다양한 정책학 교과서를 찾아본 결과, 정책은 넓게 보면 “사회문제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목표와 가치 및 실행을 투사한 계획”, 좁게 보면 “정부가 하는 일의 기본방침”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입법’과 ‘정책’의 관계는 다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광의의 정책개념에 따르면, ‘입법’은 ‘정책’을 법률로 구현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입법’은 ‘정책’의 부분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협의의 정책개념에 따르면, ‘입법’과 ‘정책’은 기본적으로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의미상 구분된다.

그러나, 어떠한 정책개념을 취하는 것과 관계없이 ‘입법’과 ‘정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위 명제는 광의의 정책개념의 경우 자명하다. 협의의 정책개념의 경우에도 법치행정의 원리에 따라 정부의 정책은 원칙적으로 법률에 입각하여 행해지기 때문에 ‘입법’과 ‘정책’이 관련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입법’과 ‘정책’은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다.

/황성필 변호사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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