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준 변호사
성영준 변호사

어느새 6년이 넘었다. 선배들에 비하면 짧지만, 변호사 가운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물어보는 일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 좋고 나쁘냐는 것이다.

보좌직원으로 일하는 매력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자율성을 꼽는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건의할 수 있다. 사회적인 의제를 선정하는 데에 일조할 수도 있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국회의원을 보좌하기에 얻을 수 있는 특권이자 기회이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일이 ‘방위산업의 날’을 제정하는 데 조력한 것이다.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이 국방위원회에서 계속 활동하시는 이유로 나도 대부분을 국방위원회에서 보냈다. 그 덕에 군인, 공무원, 연구원, 방위산업체 임직원 할 것 없이 이 방면 업계의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들었던 한 마디가 방산업계를 보는 시선에 관한 것이었다. 국가안보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으로 일하는데 세간에서는 아직도 방산 비리 프레임으로 업계를 재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방산인을 기념하는 날이라도 만들어서 위로를 해 주면 좋지 않겠냐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던 것이 2020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길로 당시 선배 보좌관과 함께 필요성에 대하여 논의하고 적합한 날을 뒤졌다. 지금만 하더라도 이른바 ‘K-방산’이 수출의 역군처럼 대우받지만, 당시는 과거 워낙 강렬했던 방산 비리의 기억이 남아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았던 시기였다.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기릴 것은 제대로 기려야 할 터, 방위산업의 날을 만들어 공로자를 포상하고 기념해 업계의 사기가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우리가 발견했던 날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만든 무기체계, ‘대한식 소총’ 시제품 6정에 대한 시범 사격회가 있었던 1952년 10월 11일이었다. 특정 업체나 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이제 막 독립을 쟁취한 나라의 절박함이 담겨 있는 날이라고 판단하였다. 의원께서도 공감하셔서 결의안과 법안을 발의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8일, 2025년 7월 8일을 첫 기념일로 하여 법이 공포되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거북선 최초 출격일로 날짜가 바뀌기는 하였지만, 통과 자체로 기쁘고 반갑다. 첫 행사가 내실 있게 치러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불과 30~40여 분, 글을 열 때는 밝았는데 어느새 사위가 어둡다. 낮이 짧아진, 가을인 탓이다. 여섯 번 국정감사 동안 여섯 번 가을이 없었다. 앞서는 말 하지 못했던 보좌직원의 단점이다. 이제 일곱 번째, 잠시 잊고 있었던 현실을 깨닫는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각 방에서, 각자의 신념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선배·동료들께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성영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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