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영준 변호사
△ 성영준 변호사

자연의 시간에는 분절이 없다. 1년이 정확히 365일인 것도 아니다. 1년의 시작이 1월 1일이어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계절을 나누고 시간을 매긴다.

시간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과거를 기억한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를 나누기에 일기를 쓸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이유 역시 특정한 사건을 엮어서 기록할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아가 우리는 시간을 나눔으로써 미래의 일정한 시간을 그려볼 수 있다. 매년 연말연시, 달력 위 숫자만 같을 뿐, 태양이나 지구의 위치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음에도 ‘마치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듯’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해를 계획하는 것 역시 시간을 나눌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문명은 시간을 나눈다는 것, 누군가가 기획했을 획기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수많은 실패를 거치면서도 시간을 기준으로 과거를 기록하고 또 일정한 미래를 계획하며 시행착오와 성공을 쌓아온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 문명이기 때문이다.

임기 역시 마찬가지다. 선출직 정치인은 물론이거니와 공사법상 다양한 직위에 일정한 임기를 부여한 것은 시간을 기획한 상상력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임기의 존재로 인하여 국민은 공직자의 성과를, 주주는 경영인의 실적을 평가할 수 있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왕권, 역성혁명이 아니고서야 부정기적 천수(天壽)로만 중단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 다소간의 부침은 있었을지언정 정치가, 사회가, 그리고 인권이 더욱 발전하고 진전하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선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너무 멀리 왔다. 지금 국회 안팎은 국회의원 선거 준비에 한창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열정이 오간다. 저마다 꿈의 크기, 생활의 절실함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지난 4년,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있었고, 제22대 국회 역시 4년이라는 임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대나무가 곧고 높게 뻗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매듭에 있다는 말이 있다. 매끈하게 한 가닥 길쭉이 뻗었다면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부러졌겠지만, 중간 중간 지어진 매듭이 거센 바람을 이길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 역시 21번째 매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억울한 때도 있지만 분명 수긍할 만한 지점도 있다.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21번의 매듭을 짓는 동안 더디게, 때로는 빠르게 발전해온 우리 정치의 힘을 믿는다. 제22대 국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믿는다. 나 역시 그렇기에, 꿈을 향해 달리는 여러 후보와 스텝들의 열정을 믿는다. 4월 10일, 선택의 순간까지 많이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길!

/성영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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