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은 변호사
강지은 변호사

우리 정치사에서 네 번째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되었다. 국회의 고참 보좌진들은 각자의 야당지론을 펼치며 “야당의 자세”를 가르치느라 분주해졌다.

사실, 여·야의 변동으로 수반되는 가시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일례로, 필자 주변의 많은 어르신은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제 1번 당이 바뀌는 것이냐”를 물어보셨지만, 투표 용지상 번호는 국회 의석 순으로 결정된다(공직선거법 제150조). 국회 회의장 자리도 그러하다. 관례적으로 본회의장내 의석의 배정은 가장 다수당인 제1 교섭단체를 의석의 중앙에, 제2 교섭단체는 의장석을 향해 우측이다. 의석 수가 중요한 국회인 만큼, 국회 사무 대부분의 결정 기준은 여·야가 아닌 의석이다.

하지만 국회와 행정부 간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 같은 자료요구를 여당과 야당 의원실이 발송하면 회신 속도는 물론 그 정보의 양과 질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 정책 자료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다 보니, 야당 의원질의 자료 요구나 질의는 더욱 정치(精緻)해야 한다는 일반론도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필자가 가장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는 당 정책위원회의 변경이다. 양질의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법 제34조는 교섭단체가 정책연구위원들을 둘 수 있게 하고 있다. 여당의 경우 행정부 국장급이 전문위원으로 오게 된다. 물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이들은 공직에서 사퇴하고 입당 절차를 통해 근무하는 것이나, 이들이 가진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행정관료를 상대해야 하는 국회의 입장에서는 큰 무기이다.

여야의 변동에 따라 당정협의를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큰 차이 중 하나이다. 정부와 여당의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국정 수행을 위해 이뤄지는 당정협의는 1963년경 공화당 김종필 당 의장의 건의로 시작되었다 한다. 당정협의는 당정협의업무 운영규정이라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공유되는 정보와 현안은 시의성과 정확성이 높아 소외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아쉽다.

대통령제에 대한 여러 유의미한 질문을 제기한 스페인 정치학자 후안 린스는 1990년 논문을 통해 대통령제에서 한 정당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다른 정당이 대통령직을 장악한 상황을 전제로,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민을 대신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보궐선거의 결과를 반영하더라도 169대 115이라는 역대급 여소야대를 맞이한 우리 역시 한번 신중히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각자의 고민과 성찰이 더욱 민심에 가깝기를, 그래서 각자의 정당 주장이 더욱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든 야든, 어느 색깔의 정당 소속이든, ‘의사당대로 1’에서 공유되는 염원이자 욕망일 것이다.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