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변호사
김상욱 변호사

검찰 출신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다.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권리는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세간의 이목을 끈 사건의 피고인 김만배를 변호한 법인에게 압수·수색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대중은 검찰의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에 환호한다. 죄가 있는 자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옥에 넣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 절반의 지지를 이끌어 당선되었으니 정권 유지 측면에서도 ‘몽골 기병’식 수사는 타당한 선택지가 된다.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이 오로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면 수사 편의를 위해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우리 헌법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이러한 권리를 지켜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을 범죄자 취급하며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함으로써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오고 간 수많은 대화와 메모, 각종 자료를 취득하는 것을 정당화하게 된다면, 의뢰인은 변론에 필요한 정보를 변호사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진다. 유럽이나 미국 등 법조 선진국에서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법에 기반한 통치와 법을 따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정자와 국민은 ‘법치’와 ‘준법정신’을 때때로 혼동하고는 한다. 노동자의 파업이나 집회를 ‘법치에 대한 도전’이라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혼동의 좋은 예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서 비밀 유지 엄수는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연시하는 것 또한 이러한 혼동에서 온다. ‘준법정신’을 결여한 자에 대한 수사에서 기본권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반 법치’적 태도가 수사기관에 의해 마치 ‘법치’의 기본인 양 호도되고, 대중의 호응 속에서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야 할 사법부는 적극적 개입을 포기하고 점잖게 뒷짐을 진다. 법원은 수사 대상의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에서 비밀유지권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 변호사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헌법에 반하는 수사는 결국 위법할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마침표를 찍을 기관은 결국 입법부다. 그리고 변호사 비밀유지권과 관련한 여러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제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법치 부정에 대해 의회가 대답할 시간이다. 21대 국회의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의무 있는 곳에 권리도 함께 존재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김상욱 변호사
국회의원 선임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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