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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예일 로스쿨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책읽기였다. 460페이지의 긴 서사 가운데 극적인 장면은 몇 없었지만 하나의 커다란 법률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고 마무리 되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는지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예일 대학의 한국인 교수 헤럴드 고는 아이티 난민에게도 자신을 대변하고 보호해줄 변호인이 필요하다는 명제를 법적으로 인정받고자 3000 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입했다. 그를 따르는 예일대 학생들과 뜻을 함께 해준 변호인만 100여 명이었고 이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그는 몇 년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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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숙 MBN 기자
2020.12.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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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 지난 달 제주지검의 한 검사가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리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SNS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커밍아웃이 갖고 있는 본래 뜻과 어긋난다”며 “추 장관과 검찰, 언론 모두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지적했습니다.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e out of the closet)’라는 문구에서 유래한 ‘커밍아웃’이라는 단어는 성소수자가 밝은 세상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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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TV조선일보 기자
2020.11.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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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은 2015년 중반쯤부터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와 유사한 표현은 1980년대 출간된 이문열 소설 ‘구로 아리랑’에도 쓰인다. 심리학계에서는 내로남불을 ‘행위자-관찰자 편향’으로도 설명한다. 자신의 잘못은 각종 외부 근거를 들어 정당화하고 남의 잘못은 모두 당사자 개인 탓으로 돌린다는 의미다.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것은 예전부터 이어져온 인간 본성인 것 같다. 필자도 다섯 살 아들이 짜증을 내면 속으로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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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2020.11.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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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의 지사다. 22개 시군, 인구 334만 명의 책임자다. 그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달 초 서울고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2년. 대선 전 댓글 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 지사가 선고 뒤 기자들 앞에 섰다. 억울하단다.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재판장의 질타를 받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그는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김 지사가 말한 ‘밝혀진 진실의 절반’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드루킹’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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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필 아시아경제 기자
2020.11.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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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웹툰 ‘송곳’은 우리 사회 약자와 강자의 구도를 섬세하게 그렸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우리가 ‘약한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혐오를 느낀다는 명제였다. 약한 것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나약하고, 패배하고, 뒤처지는 것들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 불쾌해질 수 있다.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혹여 부담스러운 부탁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약자와 함께라는 사실이 나의 ‘격’을 떨어트리지는 않을까. 마음이 복잡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라는 정서는 단순한 미움이나 거부와 달라서 상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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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숙 MBN 기자
2020.11.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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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임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임명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2017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됐고, 현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원 적폐 청산을 위한 TF’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습니다.저도 당시 출입처가 국정원을 포함한 외교안보팀이라, 국정원TF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현 정권 출범 직후였는데, 부처별로 ‘적폐 청산기구’를 만들고 성과를 발표하느라 한동안 시끄러웠지요.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적폐 청산기구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찌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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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TV조선 기자
2020.11.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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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에서는 주양 검사(배우 류승범)가 한 언론사 기자를 술집에서 접대하며 기사 청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검사가 기자에게 “잘 부탁한다”며 명품시계도 건넨다. 영화를 볼 때마다 “현실도 저렇다면 얼마나 편할까”하는 상상에 잠긴다. 주 검사는 술자리에서 미주알고주알 기사 거리를 불러준다. 고릿적 일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요즘 법조기자들에게 주 검사는 외계인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일 것이다.법조팀은 기자들에게 업무 부담이 높은 출입처 중 하나로 꼽힌다. 법률 지식이 어려워서도, 매일 타사의 단독 기사들이 쏟아져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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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2020.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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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이야기다. 몇 년 전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듯 했다.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다” “묻는 말에 대답하기 싫으면 진술을 거부해도 된다” 등 그를 안심시키려 하는 모든 노력이 소귀에 경 읽기였다. 그만큼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압박이던 모양이다. 그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직접 준비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심적 족쇄를 풀었다.얼마 전 몇몇 법원 출입기자와 이런 얘길했다.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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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필 아시아경제 기자
2020.10.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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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현직 검사의 ‘캠퍼스 라이프’는 역사책처럼 흥미로웠다. 지금처럼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는 법관이 많은 시절도 아니었고 하버드가 아닌 예일에서 공부한 사람은 더욱 귀한 때였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선진의 문물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법 현실과 비교해 냉정한 시각을 찾고자 했고,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가능한 많은 것들을 소화하기 위해 그가 했던 노력은 평범치 않았다.미국 역대 대통령의 60% 이상이 법률가 출신이라고 한다. 한때 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법을 공부하려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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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숙 MBN 기자
2020.10.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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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 출입처를 옮긴 첫날. 방청석 첫 줄에서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증인신문 상황을 노트북 메모장 프로그램에 받아치고 있는데, 뭔가 잘못돼 메모장 글이 ‘싹’ 날아가 버린 것이다.기록할 기(記), 놈 자(子). 법원 출입 기자는 더 기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던데 첫날부터 난 실격이었다. 30대에 접어들며 한층 더 둔해진 손가락과 귀를 탓하며 터덜터덜 퇴근했던 기억이 난다.이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지만, 다른 게 신경 쓰인다. 소법정에서 타자를 치다 보면, 사건 관계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말은 안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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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TV조선 기자
2020.09.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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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기사를 쓰다 보면 논란이나 의혹이 터졌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되묻게 된다. 좋게 보면 법적 시각이지만 일반 독자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 “이게 죄가 되나”였다.추 장관 아들 서 모 씨는 무릎이 아파 병가 휴가를 나왔고 수술을 했다. 병가를 한 차례 연장했고 개인 휴가도 썼다. 병가 기록은 없지만 지역대장은 휴가 연장을 승인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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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2020.09.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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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다. 한 지방법원 공보판사에게 문자를 받았다.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였다. 발부였다. 사유가 짧았다. “도주 우려가 있다.” 피의자는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법원은 10자(字)도 안 되는 사유로 구속 결정을 내렸다. 다른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떤 판사가 심리하든 마찬가지였다. ‘범죄 혐의’ ‘도주 우려’ ‘증거인멸’ 20자 남짓으로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됐다. 참 기계적이었다.시간이 흘렀다. 법원도 변해간다. 불과 몇 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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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필 아시아경제 기자
2020.09.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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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판사의 정원은 3228명. 그들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 수는 법관 1명당 적게는 122건에서 많게는 34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아무리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많을 때는 하루에 열 건의 사건을 넘긴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이 이들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그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된 ‘노동’일까 상상하다 읽게 된 책이 ‘어떤 양형 이유’였다.특이하게 변호사 출신의 판사가 쓴 책이라 더 눈이 갔다. 그는 법대를 졸업한 순간부터 고고한 법관이 아니라 사건을 의뢰한 한 개인의 정의를 위해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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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숙 MBN 기자
2020.09.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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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 사이,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일대 풍경의 변화를 설명하자면 나는 첫 번째로 ‘대결구도의 일상화’를 꼽고 싶다.내가 처음 법원에 온 2018년 봄만 해도, 법원 일대에서 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전직 대통령 등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 정도에 그쳤다. 그들은 때로 ‘법원삼거리’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동시에 펄럭이거나 법정 안팎에서 기자들을 향해 “똑바로 하라”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반대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났다.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피고인이 도지사를 거쳐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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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연합뉴스 기자
2020.08.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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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에 대한 첫 인상은 10년 전에 있다. 최근에는 서울광장과 같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게 됐지만 당시만 해도 퀴어축제에 할당된 것은 청계천 옆 베를린광장이라는 좁은 공간이었다. 하필 그해엔 월드컵이 있었고 퀴어축제 당일에도 한국 축구팀 경기가 진행됐다. 하늘이 어두웠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붉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응원전을 펼치는 광화문 저쪽과, 축제라기엔 다소 한적하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 퀴어축제는 대조적이었다. 주목받는 국가와 주목받지 못하는 소수자의 현실이 드러난 장면이었다.악플이 많이 달리는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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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2020.08.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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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논란을 빚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사내전’으로 희화화되며 검찰을 세간의 조롱거리로 만든 사건이 됐다. 압수수색 집행에 직접 나선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가 몸을 날리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등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검사들 간 ‘몸싸움’이란 자극적인 소재에 가려지는 듯 하지만 이번 소동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휴대전화 유심칩을 공기계에 끼워 모바일 메신저에 신규 접속해 메시지 대화를 들여다보려 한 압수수색 방식에 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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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2020.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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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식인 엑스퍼트’였습니다.전문가가 사용자에게 1:1로 실시간 해결책을 제공하는 ‘지식인 유료 버전’ 서비스입니다. 예컨대 변호사가 부동산, 이혼 등 특정 분야를 내세워 일정 시간당 상담료를 제시하고, 소비자는 일정 금액을 네이버에 선결제한 후 이를 차감해 가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채팅 혹은 전화로 상담을 받습니다. 네이버는 고객이 지불한 금액 중 1.65~3.74%를 결제 수단에 따라 결제대행사(PG)에 지급하는 ‘실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징수합니다.그런데 엑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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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KBS 기자
2020.08.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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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대학 캠퍼스에서는 남학생들끼리만 남몰래 가진 공감대가 있었다.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데 사용된 ‘사과 대자보’라는 방식에 관한 불만과 두려움이다. 직접 관여한 적이 없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따진 뒤 가해자가 사과 대자보를 쓰고 당분간 학생사회를 떠나 일종의 ‘자숙 기간’을 보내는 것이 대체적인 프로세스였다고 기억한다.불만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여러 형태 중 아직도 기억나는 반응은 대략 세 가지다.첫 번째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조사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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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연합뉴스 기자
2020.07.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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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누가 제보를 한다면 마냥 좋았다. 아는 사람에게 혹시 제보할 것이 없느냐고 캐묻고 모르는 사람에게 제보할 것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 홍보했다. 제보하면 좋은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보를 기사로 공론화하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절반은 기사 아이템을 내놓으라는 선배 독촉에 대한 면피였고, 절반은 성과에 대한 욕심이었다.어떤 제보자가 제보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제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몇 개의 팩트만 말해줬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그의 말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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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2020.07.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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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려는 검찰에 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이 부회장 옆에는 한때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던 ‘검사 선배’들이 섰다. 대기업이나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수사를 받을 때 특수통 출신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기업 수사 경험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통 ‘최고 에이스’ 자리를 거친 이들이 변호인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검찰 수사팀 역시 손꼽히는 특수통들이다. 국정농단 수사 때부터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당시
기자의 시선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2020.07.0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