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사이,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일대 풍경의 변화를 설명하자면 나는 첫 번째로 ‘대결구도의 일상화’를 꼽고 싶다.

내가 처음 법원에 온 2018년 봄만 해도, 법원 일대에서 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전직 대통령 등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 정도에 그쳤다. 그들은 때로 ‘법원삼거리’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동시에 펄럭이거나 법정 안팎에서 기자들을 향해 “똑바로 하라”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반대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났다.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피고인이 도지사를 거쳐 장관의 아내로 바뀌는 동안 이들은 급격히 세력을 불린 듯하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주요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법원 앞에서는 가을 운동회 계주 경기라도 열린 것 같은 응원전이 펼쳐진다. 물론 운동회처럼 명랑한 풍경은 아니다. 한 쪽에서 열정적인 응원의 구호를 외치는 사이에, 다른 쪽에서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뱉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들 사이에, 혹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이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기도 했다. 이런 광경은 이제는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은 의례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듣기 싫은 욕설, 물리적 충돌의 우려, 이들로부터 코로나19가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등은 모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진짜 스트레스는 이렇게 사안이 양극단의 대결로 환원되는 사이에 ‘기준’을 잃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법원삼거리에 이스라엘 국기가 내걸린 광경을 볼 때는 우선 부끄러움과 안타까움 등의 감정 이후에 약간의 안도감이 찾아오곤 했다. “적어도 내가 상식의 영역에 발 디딘 상태로구나”하는 안도감이다. 하지만 요즈음 피고인의 출석 길 앞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악다구니를 보고 나면, 너무 높이 솟아버린 양극단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갇혀버린 느낌이 든다.

더구나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언론을 향한 강한 불신이다.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조작이라 몰아붙이던 사람들에 이어, 그 반대편에는 모든 언론보도에 ‘유착’ 혹은 ‘악의’라는 색안경을 들이대는 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어떤 보도도 이들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역설적으로, 명백한 오보 등 실수를 저질러 “역시 기레기”라고 욕할 빌미를 줄 때만 이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이들 걱정하듯이 어떤 판결도 이들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할 것 같다. 법원에서 갈등이 최종적으로 해결되기보다는 골짜기로 흘러든 적대가 다른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두렵다. 각종 첨예한 사안이 끝나고 나면 판사 개인을 향한 비난이 심하게 이뤄지는 것이 잦아진 것도 지난 1∼2년 사이라는 점이 참 공교롭다.

 

/고동욱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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