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지사다. 22개 시군, 인구 334만 명의 책임자다. 그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달 초 서울고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2년. 대선 전 댓글 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 지사가 선고 뒤 기자들 앞에 섰다. 억울하단다.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재판장의 질타를 받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그는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김 지사가 말한 ‘밝혀진 진실의 절반’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드루킹’ 김동원 씨 측에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 등을 제안한 혐의다. 1심에선 유죄로 인정됐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결론내렸다. 김 지사 결백이 증명돼 선고한 무죄가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고 측근인 도 모 변호사를 총영사직에 추천한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명확성의 원칙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인사 논의가 있던 시기에는 후보자가 특정돼 있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두 번째는 관련성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고 수수하면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의 총영사직 제안 등 의사 표시가 선거운동의 대가로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쉽게 말해 김 지사가 잘못은 했지만 형사 처벌을 받을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 근거와 논리는 이날 법정에서 그대로 읊어졌다. 김 지사도 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법정을 나와 ‘진실’이란 단어를 썼다.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거짓이 없어 순수하고 바름’이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이 과연 김 지사의 순수하고 바름을 증명해줬던가. 아니라고 본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잘못을 질타했다. 선고 말미엔 “존경 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재판부 배려(?) 덕분에 법정구속은 면했다. 주말을 보내고 경남도청에 정상 출근하면서 그는 출근길에 또다시 ‘진실’이란 단어를 꺼냈다. “도민께서 걱정하신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전체 걱정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절반의 진실만 밝혀졌다. 이 사건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고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334만 경남도민에게 한 말이다.

아무쪼록 대법원에서는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 그래야만 그가 썼던 ‘진실’이란 단어가 334만 경남도민을 향한 기만이 되지 않는다.

 

/조성필 아시아경제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