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은 2015년 중반쯤부터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와 유사한 표현은 1980년대 출간된 이문열 소설 ‘구로 아리랑’에도 쓰인다. 심리학계에서는 내로남불을 ‘행위자-관찰자 편향’으로도 설명한다. 자신의 잘못은 각종 외부 근거를 들어 정당화하고 남의 잘못은 모두 당사자 개인 탓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것은 예전부터 이어져온 인간 본성인 것 같다. 필자도 다섯 살 아들이 짜증을 내면 속으로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반면 내가 아이에게 짜증을 낼 때는 ‘시간이 없어서’ ‘남한테 피해를 주니까’ 등의 이유를 들어서 정당화 한다. 가끔 아이가 “아빠는 왜 짜증을 내냐”고 되물으면 내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은 내로남불을 저지르며 살아가지만 요즘처럼 이 줄임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내로남불이 포함된 기사 건수를 검색해보면 2015년 16건, 2016년 31건에서 2017년 989건, 2018년 844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올해에는 1900건 이상의 기사에서 해당 단어를 썼다.

굳이 수치를 꺼내지 않아도 내로남불을 일상으로 끌어올린 데 정치권이 한몫 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진보적 가치를 표방해온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서 내로남불 지적이 끊이지 않는 건 뼈아프다. 진보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뒀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016년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테러방지법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이 휴지장이 돼선 안 된다. 테러방지를 빙자해 국민을 옥죄기 위한 교활한 악법”이라고 지적했었다. 새누리당은 당시 법안의 필요성으로 안보를 내세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추 장관은 최근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공개 법안 검토를 지시하면서도 사이버 테러 등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사례를 근거로 꼽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언론이 윤석열 검찰총장 일가와 나경원 전 의원 등에는 점잖은 취재를 하고 자신에게는 과도한 취재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 했고 장관으로 임명된 정부 핵심인사였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트위터에서는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의 검증도, 야멸찬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고 했었다.

여권 인사들의 이런 논란은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내로남불보다는 남불내불(남이 불륜이면 내가 해도 불륜이다)을 선언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기도 하다.

 

 

/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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