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누가 제보를 한다면 마냥 좋았다. 아는 사람에게 혹시 제보할 것이 없느냐고 캐묻고 모르는 사람에게 제보할 것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 홍보했다. 제보하면 좋은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보를 기사로 공론화하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절반은 기사 아이템을 내놓으라는 선배 독촉에 대한 면피였고, 절반은 성과에 대한 욕심이었다.

어떤 제보자가 제보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제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몇 개의 팩트만 말해줬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그의 말은 사건의 전말과는 전혀 달랐다. 다른 제보자는 겉으로는 보도를 원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기자가 취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이용해 분쟁에서 이득을 얻으려고 했다. 자신이 제보해 기자를 도와줬으니 기자도 자신을 도와줘야 한다는 제보자, 자신의 제보를 기사로 쓰지 않으면 정의롭지 않은 기자라고 몰아붙이는 제보자도 있다.

기자가 제보자를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특별히 배운 게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얘기되는 것을 가져오라”는 말은 들었어도 제보자의 말 속에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를 가려내는 방법이라든지, 기자라는 사회적 지위가 제보자에게 줄 수 있는 인상이나 영향 따위에 대해서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구제가 되지 않아 어렵게 언론에 손을 뻗친 선의의 제보자, 조직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내부고발을 무릅쓴 제보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친한 사람이 기자에 제보한다고 하면 솔직히 신중한 의견을 낼 것이다. 기사가 나간 뒤 반응은 제보자의 예상과 다르게 부정적일 수 있고 기사는 사회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제보자 개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제보자 취재를 통해 의미 있는 보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제보자 보호도 기자의 책무라는 점을 잘 몰랐다. 저널리즘 원칙과 취재윤리는 으레 아는 것으로 넘어갔고, 그것들을 놓고 기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한 경험이 많지 않다.

기자와 제보자에 대해 생각한 것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보면서다. 검찰과 언론의 잘못된 유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최소한 기자로서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기자와 제보자의 관계에서 혹시 무엇인가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저널리즘 원칙과 취재윤리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문득 경향신문이 2011년 창간 65주년 특집으로 1면에 기자윤리강령을 실었던 기억이 났다. 기자윤리강령엔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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