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려는 검찰에 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이 부회장 옆에는 한때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던 ‘검사 선배’들이 섰다. 대기업이나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수사를 받을 때 특수통 출신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기업 수사 경험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통 ‘최고 에이스’ 자리를 거친 이들이 변호인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검찰 수사팀 역시 손꼽히는 특수통들이다. 국정농단 수사 때부터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당시 수사 멤버가 그대로 수사를 이어받았다.

새삼 이들을 바라보며 ‘특수부 검사’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는 이유는 단지 전현직 특수통 간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서가 아니다. 특수부(특별수사부)는 사실 사라진 이름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특수부를 대폭 축소하고 특수부 위주의 직접수사 총량도 줄였으며 특수부 대신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바꿔 ‘특수부’는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됐다.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할 기능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 특수부가 담당했던 권력 비리 수사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아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돼 어쩌면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의 마지막 대형 특수 사건 수사가 될지도 모른다.

검찰 스스로는 특수부를 ‘거악(巨惡)이 발 뻗고 잘 수 없도록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거악을 척결하는 동시에 권력자도 예외 없이 법 앞에 무릎 꿇리는 것이 특수부 검사의 의무이자 자부심이라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수사 때부터 집요하게 파고든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 역시 특수부 특유의 ‘직업 윤리’로 해석한다. 대통령도, 재벌 총수도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아야 하며 삼성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집념이란 것이다.

다만 한때는 권력 비리 수사의 칼을 휘둘렀던 특수통 출신 변호인들이 검찰을 떠난 후 재벌 총수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모습은 입맛을 쓰게 한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특수부 검사들의 정해진 수순으로 통한다. 많은 국민 눈에는 결국 특수부 검사의 칼이 권력 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퇴직 보장을 위해 휘둘러졌다고 비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특수부가 간판을 내리게 된 데엔 이들 선배들의 책임이 없다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부회장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반부패수사4부’에서 ‘경제범죄형사부’로 이름과 소관 부서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사의 완결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의 기소를 앞두고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를 판단 받는 절차가 밟아야 했다. 이들의 수사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뜻인데 권력 비리와 맞서 싸운다고 자부해왔던 이들에겐 특수부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이지 않았을까.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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