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기사를 쓰다 보면 논란이나 의혹이 터졌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되묻게 된다. 좋게 보면 법적 시각이지만 일반 독자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 “이게 죄가 되나”였다.

추 장관 아들 서 모 씨는 무릎이 아파 병가 휴가를 나왔고 수술을 했다. 병가를 한 차례 연장했고 개인 휴가도 썼다. 병가 기록은 없지만 지역대장은 휴가 연장을 승인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서씨는 선발되지 못했다. 실제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밝히는 일은 검찰 과제다. 다만 당 대표였던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청탁은 없었다고 선을 긋는다.

여당의 강경 대응도 결국 “법적으로는 추 장관과 아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되는 일을 부정한 방법으로 되게 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법성이 없다”며 큰소리칠 일인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당시에는 관행”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국민이 분노했던 건 단순히 위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엘리트들의 ‘부모 찬스’가 진보 진영에도 공공연했다는 지점에 실망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군대에서 며칠 되지 않는 휴가를 나왔다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복귀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군에서는 다치거나 아파도 병가 휴가는커녕 의무대에 누워있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많은 병사들이 끙끙 앓다가 정기 휴가나 전역 후에야 겨우 ‘사제 병원(군이 아닌 사회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전화 휴가 연장이 규정상 문제가 없어도 “적어도 내 주변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는 게 군필자들 심정이다. 일반 서민 가정 자녀라면 목발이라도 짚고 부대에 복귀했을 것이다. 사제 병원 갔다 와서도 엄살 부린다고 쏟아질 눈칫밥은 덤이다. 서씨 부대의 당직사병이 문제 제기에 나선 것도 전화 휴가 연장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씨 의혹은 학교 선생님들이 이사장 자녀에게 편의를 좀 더 봐주는 드라마의 한 장면과도 닮았다. 시청자들이 “그래 이사장 자녀라 편의는 봐줬지만 그게 죄는 아니지”라며 냉철한 법적 판단을 할까. 추 장관과 여당은 검찰 수사를 기다리자고 하지만 설득해야 할 대상은 검찰이 아닌 국민이다. 국민을 다독여도 부족할 여권 인사들이 당직사병을 수사해야 한다거나, 검찰 개혁이 중요하다고 큰소리를 치는 광경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나성원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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