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유중원 대표 에세이> 애니멀 킹과 호모 사피엔스
 닉네임 : 유중원 변호사  2016-08-30 17:35:21   조회: 421   
애니멀 킹과 호모 사피엔스
Animal king and Homo sapiens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생명의 나무
진화생물학자인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진화의 역사에 비춰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생물은 진화의 역사를 반영한 계통수로 분류할 수 있다. 식물계, 균계, 동물계, 원생생물계, 원핵생물계 등 5개의 계가 있고, 동물계에는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이 있고, 척추동물은 조류, 파충류, 포유류, 양서류, 어류 등 5개의 강으로 나눌 수 있다. 포유류에는 21개의 목이 있는데 영장목에는 꼬리달린원숭이, 꼬리없는원숭이, 원시영장류 3개의 집단으로 구분되고, 꼬리없는원숭이는 고릴라, 침팬지, 호모사피엔스, 오랑우탄, 긴팔원숭이가 있다.
그런데 영장류는 영장목에 속하는 포유류를 말한다. 인간은 물론 원숭이,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영장류는 엄지와 다른 손가락을 마주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고, 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뇌를 가지고 있으며, 엄지발톱이 평평하고, 보통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배는 것도 영장류의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면 원숭이와 유인원을 구분해 보자.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꼬리의 존재다.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이고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으로 분류하는데 당연히 사람은 꼬리가 없으니 유인원에 포함된다. 그런데 꼬리 없는 원숭이는 근육질의 긴 앞다리와 자유로운 어깨관절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종이 열대림에서 서식한다. 한편 유인원은 몸집이 크다는 관점에서 대형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대형 유인원은 인간을 포함해서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 4속뿐이다. 이 중에서 침팬지는 사람과 함께 사람족 hominini 에 속해 진화적 관점이나 유전적 관점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DNA는 98.8%가 일치한다. 1.2%의 차이는 사람과 침팬지가 60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공통조상에서 분리되어 나와 독립적으로 진화하며 벌어진 결과다.
속에서 다시 분류된 종에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있다.
그러므로 다윈주의 원리에 따라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각기 다른 종들을 묶어서 속 genus 이라고 하는데 사자와 호랑이, 표범과 재규어는 표범 속 panthera 에 속하는 각기 다른 종이다. 속이 먼저 나오고 종은 그 뒤에 쓴다. 그러므로 사자의 학명은 panthera leo 이므로 panthera 에 속하는 loe 종이라는 뜻이다. 속의 상위에 있는 것이 과 family 이고 사자, 치타, 집고양이 등은 고양잇과에 속하고 늑대, 여우, 자칼 등은 개과에 속하는데 같은 과에 속하는 모든 동물은 동일한 선조의 후손이다. 예컨대 모든 고양잇과 동물은 약 2500만 년 전에 살았던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

천지창조
태초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나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가르시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내가 왜 아프리카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아프리카와는 어떤 특별한 인연도 없는데 말이다. 내가 아프리카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종단한 적이, 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하려면 내 하찮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내가 아프리카의 사막 (사하라, 나미브, 칼라하리 등등) 에 다녀온 적이 있었던가? 에티오피아 고원의 그레이트리프트벨리는? 사하라의 남쪽 타만라세트는? 알제는? 나일강의 발원지인 빅토리아 호는? 동물의 천국 세렝게티 평원은? 지도에는 그저 파랗게 칠해져 있는 콩고의 밀림 지역은? 콩고 강, 나이저 강, 잠베지 강은? 잔지바르는? 오코방고 삼각주는? 아틀라스 산맥은, 사하라 남쪽 아하가르 산맥은? 카사블랑카는? 마다가스카르 섬은? 킬리만자로 산은? 난민수용소는? 케이프타운은? 통북투는? 니아메는? 바마코는? 타라불루스(트리폴리)는? 모리셔스는? 페스는? 사피는? 마라케시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아프리카 하면 대충 생각나는 곳들이고 늘 마음속에는 언젠가는 반드시 가보리라고 또는 다시 가보리라고 마음먹었던 곳이다. 결국 버킷 리스트가 아닌가. (그러나 이집트와 나일 강은 아프리카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스스로 이집트는 아프리카가 아니라고 하니까.)
장편 소설 ‘사하라’의 주요 배경은 아프리카와 사막이다. 그것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독특한 개성과 이미지가 부여되어 캐릭터화 되었다. 그것이 작품 속에 성공적으로 형상화되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작가의 본래 의도는 그랬다.
아프리카의 밀림과 강, 사막과 초원에는 여전히 또는 아직도 태곳적 야생의 생명력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생명력에 한없는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꿈과 상상력과 전설과 신화가 가득한 땅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땅. 생명력의 가장 원초적인 현장.
그리고 사자에 대한 그 지극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은 뭐니 뭐니 해도 사자라고 생각한다. (지금 다른 대륙 어디에서 사자를 만날 수 있는가.) 그것도 갈기가 무성한 수사자가. 여러분은 내가 엉뚱하다고 혹은 뜬금없다고 생각되는가?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육식동물. 백수 百獸 들의 왕 (rex animalium)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와 싸웠던 사자.
잔인하고 야만적이고 교활하고 피에 굶주린 불경스러운 사자. 악마의 현현. 악의 세력. 이스라엘의 적. 폭군과 사악한 왕들의 상징.
사자는 오랜 기간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니 왕들과 전사들의 상징물이 되었다. 그들은 상상의 왕좌에 주저 없이 사자를 앉혔다. 성서는 사자의 용맹성과 힘, 아량과 관대함을 자주 강조했으며 그래서 그리스도의 진정한 상징이 되었다. (‘울지 마라. 보아라, 유다 부족에서 나온 사자를. 곧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여 일곱 개의 봉인을 뜯어내고 두루마리를 펴게 되리라.’ 요한계시록 5:5) 사자는 가문과 집단의 문장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오랫동안 화가와 삽화가들은 사자를 즐겨 그렸다. 지금도 여전히 사자는 그림, 조각, 모형, 자수, 직물, 도안, 상표, 묘사, 상징, 동화, 전설, 신화, 이야기, 환상, 꿈속에까지 어디든 존재한다.

나는 지금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왕인 사자들, 그 중에서도 늙은 수사자, 한때는 자기 영토의 왕이었지만 지금은 쫓겨나서 탄자니아 세렝게티 평원의 응가레 난유키 강 하류 삼각지에 있는 덤불 속에서 마지막 숨을 그르렁 거리며 홀로 죽어가고 있는 라이언 킹을 생각한다. (단편소설 ‘라이언 킹’을 참조하기 바란다.)
플라톤이 ‘국가 政體’ 10권에서 묘사한 ‘저승의 심판’을 받을 때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고 사자의 삶을 선택했다.
내가 죽어서 환생할 수 있다면, 그리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나는 분명히 인간으로 환생할지, 아니면 사자로 환생할지, 그것도 검은 갈기가 무성한 수컷 사자를 환생할지를 두고 무척 망설일 것이다. 내가 만약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그건 다시 태어나서 건축설계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경외하고 있고 얼치기 환경론자이고 인간도 수많은 동물 중 하나라는 ‘포스트 애니멀 이론 post animal studies’을 신봉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과 동물의 왕인 사자들의 가상 대화를 다음과 같이 상상한다.
인간과 사자의 솔직한 대화.

애니멀 킹 : 인간들은 우스운 거야. 생긴 것부터가 말이야.
인간들은 얼마나 사납게 생겼는지. 입술은 얇고, 코는 뾰족하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이고, 눈은 째져가지고 그 야비한 눈초리란…… 인간들은 언제나 무엇을 찾고 있는 거야. 욕심이 끝이 없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불안하지. 우리는 인간이 왜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 불안해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우리는 인간들이 정신 나간 한심한 동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호모 사피엔스 :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인간이란 그렇게 생겨 먹었다고. 자기들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데 인간은 현명한 게 아니라구. 그러니까 사피엔스는 아닌 거야.

애니멀 킹 : 사자는 수천만 년 전에 태어났고 적어도 수백만 년 동안 이 지구의 대부분을 지배했던 거야. 그런데 인간은 태어난 지가 그렇게 오래 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인간들은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신석기가 시작되면서부터 겨우…… 지배하기 시작한 거지.

호모 사피엔스 : 그건 그렇지. 불과 몇 백만 년 전에 암컷 꼬리 없는 원숭이가 딸 둘을 낳았는데…… 그 원숭이는 아프리카에 살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침팬지의 조상이 되었고 다른 한 마리는 인간의 할머니가 되었다는 거지. 그러나 침팬지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는 너무나 오랜 세월이 걸렸고 호모 사피엔스가 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지.
그러니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인간이 원숭이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들으면 불 같이 화를 내는 거야. 그들은 지구의 나이가 불과 6천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으니까. 이 대명 천지에 말이야.
어쨌거나 원리주의자 또는 근본주의자는 논외로 치자고. 그자들은 지금도 성경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고 있는 이성이 마비된 맹신주의자들이니까.

애니멀 킹 : 그 옛날에 사자들이 지구를 지배할 때 인간이라는 동물은 사자들의 먹잇감에 불과했지. 그래서 우리를 보면 도망치기 바빴다고. 나무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어. 아주 좀스럽고 비겁했지.

호모 사피엔스 : 그런 거지. 그런데 아프리카에 기후 변화가 온 거야. 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밀림이 사라지고 사바나가 되었지. 그때 인간들은 나무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거친 풀밭을 지나고 맹수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일어설 수밖에 없었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겠지. 그리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는데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어.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인간들이 일어서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자 앞발은 손이 되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하늘을 향해 쳐든 머릿속에는 뇌가 커지면서 지능과 영혼이 깃들게 된 거야. 그러면서 인간은 지구를 서서히 지배했지.

애니멀 킹 : 그렇지만 우리 사자는 점점 쇠락하게 된 거야. 인간들이 도구와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우리 사자와 인간의 처지가 뒤바뀐 거지. 세상은 어차피 돌고 도는 거니까.

호모 사피엔스 : 인간은 위기에 처하자 적자생존을 위해서 허리를 펼 수밖에 없었지. 그건 인간이 처음부터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적자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였단 말이지.

애니멀 킹 : 약 3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벽화를 보면 생생한 야생동물이 가득하단 말이지. 이 벽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3만 년 전에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유럽이나 중동지역, 인도지역에서 인간과 사자가 공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기원전 350년에 알렉산더 대왕은 마케도니아에서 사자를 사냥하면서 담력을 키웠던 거야.
그러니까 19세기나 20세기까지도 시리아, 터키, 이라크, 이란 등지에서 사자가 살았었는데 오늘날에는 아프리카만이 사자의 서식지로 남아있어. 그렇지만 아프리카 내 사자 서식지에서 사자가 거의 사라지고 있어. 한때는 수백만 마리가 대륙을 휘젓고 다녔는데 말이야.
야생의 사자는 개체수를 집계하기 어려워서 오늘날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사자가 몇 마리가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사자의 전체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지. 멸종 위기에 처했단 말이지.
원인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
사람들이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사자의 먹이동물들을 밀렵하고, 이 먹이동물을 노리고 놓은 덫에 사자가 걸리는 경우도 있어. 그리고 먹이동물들이 가축들에 의해 서식지에 쫓겨나 사라지기도 했지.
그리고 인간들이 기르는 개로부터 옮겨온 전염병 디스템퍼에 의해 차례차례 죽어가기도 했지. 사자가 먹잇감 대신 가축을 잡아먹고 인간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사람들이 사자를 창으로 사냥하거나 독살한 것도 원인이 되었고.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은 그저 취미 삼아 성능이 좋은 총으로 사자를 사냥하기도 했어.
이제 아프리카에서 사자들은 절대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거야.
다시 말하면, 사자를 보려면 박물관에서 사자의 박제를 보거나 동물원에 가야 되는 거지.

호모 사피엔스 : 그러니까 지구상에는 인간이 너무 많은 거야. 70억이라고 하니까.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농경지가 필요하자 사람들은 숲을 파괴하기 시작했어.
인간들은 숲을 베어내고, 초원을 밭으로 일구고, 산들을 폭파해서 광산을 만들고, 강에는 댐을 쌓고, 철도를 놓고, 고속도로를 위해 시멘트로 포장했던 거지.

애니멀 킹 : 그렇다고 인간 세계가 안전할까? 지속 가능할까? 어림없는 소리지. 그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해.

호모 사피엔스 : 왜 그렇게 보는 거야? 하지만 솔직하게 인정해야겠지. 인간들에게는 아주 불편한 진실인데…… 그걸 애써 외면하려고 하고 또는 턱없는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적은 바로 인간인 거야. 자신과 가장 닮은 동물이야말로 가장 위협적인 거지.

애니멀 킹 : 인간은 너무 잔인하지. 참혹한 전쟁은 논외로 쳐도 말이지. 우리는 오직 배고플 때에만 본능적으로 사냥을 하는 거야. 허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수많은 사냥감 중에서 단지 한 두 마리만 희생을 당하지.
우리는 그들을 괜스레 죽이지는 않아.

호모 사피엔스 : 인간은 정말 잔인하지. 그렇게 잔인하기 때문에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애니멀 킹 : 중생대 1억 8천만 년 동안 공룡이, 바다에는 어룡이, 하늘에는 익룡이, 육지에는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지. 그러나 공룡들은 6천 500만 년 전에 완전히 멸종했어.
지구상에는 그 동안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추정 원인은 빙하기 도래, 우주의 감마선 폭풍, 대규모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등이었어.
6차 대멸종이 현재 진행 중인지도 모르지. 일부 과학자들은 향후 100년 내에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것도 인간들이 지속적으로 자행한 환경 파괴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 : 당신은 지금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하지.
똑똑하다는 인간들도 기후변화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겠지. 아마 공포심을 느낄 정도일걸. 인간은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했고 그 결과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버렸어. 환경 재앙으로 3,4세대 안에 인류는 멸망할 수도 있는 거야.
오늘날 환경 파괴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고. 지구상 가용 자원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할 수 있지. 그러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50년 정도일 거야. 인간들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당장에 눈앞의 이익을 위해 모른 척 하거나.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 미래 기술의 혁명적인 것은 인간의 몸과 마음, 즉 호모 사피엔스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거야. 그래서 초 super-, 기술의 techno-, 디지털화 digitalised-, 유전자 조작의 genetically engineered, 세계화된 globalised 등등의 단어들이 유행하고 있는 거지.
미래의 인간은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수명을 무한대로 연장하고 생명체를 새로운 스타일로 디자인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인공지능(AI)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거야.
인간이 스스로 핵 공격을 하여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인간들은 스스로 핵전쟁의 위험을 인지하기 시작했거든.
그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위험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쓸모없는 하찮은 존재로 만들 거라는 거지. 컴퓨터가 인간의 의식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있지. 인간이 이제 신의 경지에 도달한 거야.
이제 쓸모없어진 수많은 인간은 어떻게 될까? 금세기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거야.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로 성장을 만끽했지만 세계가 더 행복한 곳이 된 건 아니었어.

애니멀 킹 : 인간을 능가하는 AI의 출현 또는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면 그게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결국 ‘포스트 휴먼’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 :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더라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긍정론자들은 이렇게 말하지.
인공지능은 화성에서 온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인류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해줄 인간의 도구라고.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거야. 인공지능은 화성에서 우릴 침공해 온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 만든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거야. 또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류와 공생하며 도구로서 인간의 신체적, 지적 한계를 확장해 주는 역할을 할 거라는 거지.
과거에는 주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쓰였지만 이제 새로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한계를 넘는 데 쓰일 전망이라고도 했어. 예를 들어 모든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가 발명돼 유사 이래 인류가 가장 긴밀히 소통하는 시대가 온다는 거지.
2029년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존재가 탄생해 인류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시대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이어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 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즉 변곡점Singularity 이 온다고 했지.
그들은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어. 그들은 생물학 무기와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 신기술이 탄생할 때마다 이런 논란이 제기되었다면서 문제는 AI기술이 아니라 범죄와 폭력을 부르는 인간 사회에 있다고 주장했지.
그들은 AI가 사람을 살리고, 우주와 저 아득히 깊은 땅속까지 탐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어.
그러면 비관론자의 생각은 어떨까.
인간보다 1000배 더 똑똑한 수퍼 인공지능(ASI)이 등장하면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우정보다는 자유를 택할 공산도 더불어 커진다고 했지.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터미네이터’, ‘엑스 마키나’까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묘사했던 SF 영화들이 당장 눈앞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거지.
인간도 쥐와 원숭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잔인하게 다루잖아. 수퍼 인공지능이 인간을 파괴한다고 할 때 반드시 인간을 미워하리라는 법은 없는 거지. 인류가 최후의 발명품인 인공지능에 무릎 꿇는다는 슬픈 가정을 하는 거야.
인공지능 개발을 금지하는 방안도 개인이나 집단적 이기심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어. 무척 이기적이고 호기심 많은 인간들에게 그건 확실히 불가능할 거라고.
또한, 인류의 멸망이 인공지능의 자유의지 때문일지, 오작동으로 인한 파국일지, 누구도 명쾌하게 말할 수도 없다는 거지. 어쩌면 현 시점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겠지.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보면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는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자유의지까지 지녀 진실을 호도해. 이 영화는 인공지능 개발이 인류에게 비극적 미래를 가지고 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거야.
문제는 훨씬 빠르고 강하며 치밀한 미래의 인공지능이야. 인간의 지능수준을 뛰어넘는 강인공지능(AGI)이 앞으로 10년쯤 뒤에, 인류보다 훨씬 우월한 초월적 존재인 초인공지능(ASI)도 2030년쯤이면 등장할 것이라고 했지.
고도 인공지능은 인간이 전원을 끄는 것에 저항하고 다른 기계에 침입하며 복제본을 만들려고 시도할지도 몰라. 마치 생물이나 인간이 하는 것처럼 말이지. 속성상 남의 안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한 자원을 독차지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커. 인공지능은 상상 이상으로 교활하고 강력하며 이질적이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야.
AI가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 제3의 인류로 등장할 수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첨단 컴퓨터 ‘스카이넷’은 지구를 지배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AI야. 인간은 저항군으로 몰락해서 스카이넷에 맞서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지.
영화 ‘매트릭스’는 더욱 우울한 미래를 암시해. 컴퓨터가 자신의 생명줄인 전기를 얻기 위해 인간을 생체에너지 자원으로 취급하기 때문이야. 가상현실 속에 인간을 가둬놓고 가축처럼 사육하지.
1999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봇 ‘앤드루’는 점점 지능이 발달해 급기야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야. 하지만 진정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자 갈등이 생기지.
최근 개봉한 영화 ‘채피’의 경우 로봇이 자아를 갖게 됐지만 인간과 동일한 권리나 수명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방황하는 인물로 나오는 거야.
즉, 비관론자들은 그런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인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는 거야. 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갖지 않고 있어. 잊어버리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죽지도 않아. 인공지능이 독립성을 갖게 된다면 인간이 컨트롤할 수가 없어.
인문학자들은 인간의 정신과 자아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말하지. 그러나 그런 샌님들이 AI에 대해 뭘 알고 있겠어. 그들은 아주 멍청하다고. 그런데 AI가 정신과 자아를 만드는 방법을 인간은 알 수 없겠지만, 인공지능은 스스로 찾아내는 게 가능할 거야.

애니멀 킹 : 다시 말하지만, 인간의 적은 인간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인공지능을 가진 괴물 인간이 탄생하는 거지.
그 괴물이 옛날에 사자가 인간을 잡아먹은 것처럼 인간을 잡아먹을 거라고.

호모 사피엔스 : 그렇게 될 거라고.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어?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동물도 감정이 있는 건가? 통증을 느끼고 아픔을 느끼고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는 건가?

애니멀 킹 : 나는 동물의 행동을 자극에 대한 단순한 기계적 반응으로 치부하는 행동주의 대신 동물의 믿음, 바람, 욕망, 의도 같은 심리 상태로 설명해야 한다는 인지주의를 지지할 수밖에 없지.
인지주의자들은 동물에게 감정, 호기심, 주의, 기억, 상상, 이성, 언어, 자의식, 미감, 도덕감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거의 모든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지. 이들은 인간과 고등 동물의 마음의 차이는 매우 크지만 틀림없이 종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찰스 다윈의 지적을 새기고 있어.
하지만 데카르트는 아주 오래 전에 의식, 언어소통, 자의식은 인간에게만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지. 동물과 인간의 인지 차이는 정도가 아닌 종류의 차이라고 못 박았던 거야. 심지어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계라고 주장하며 수없이 많은 개를 산 채로 해부했어. 당시에는 마취제가 없었는데도 말이지. 개를 때리면 ‘깨갱’하지만 이것이 아픔을 느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
그 이후 인간들은 인본주의를 주장하며 인간을 동물이 아니라고 하였고,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에 있는, 또는 하늘과 땅의 중간 사이에 떠 있는 존재로, 스스로 격상시켰지.
나는 사자로써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한다네. 나의 감정은 인간만큼 강력하다네.

호모 사피엔스 : 지구를 지키고 동식물 멸종을 막을 해법이 있다고 보는가?

애니멀 킹 : 전 세계적으로 생물은 멸종 중에 있어. 지금 화석과 유전학 연구로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생명 멸종률은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기 전의 멸종률보다 1000배 이상은 높다는 거야.
생물 멸종이 가장 흔한 지역은 열대지방 나라들이야. 그러나 지구상 최강의 나라인 미국도 마찬가지야. 1895~2006년 사이 57개 생물종이 멸종했어. 토종 민물고기들도 다수 멸종했지.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멸종률은 인류의 등장 이전과 비교했을 때 900배 가까이 높아. 인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 : 생물종 절멸 사태를 막을 합리적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퍼져 나가기 전의 수준으로 생물 멸종률을 낮추는 거지. 인류가 지구를 야금야금 장악하면서 다른 생명체들은 서식지를 빼앗겼어. 이것이 생물 다양성 손실의 가장 큰 이유야.
인류는 지금까지 구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연 서식지를 보존해야 해. 땅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생명체의 터전을 뺏는 일을 중지해야만 한다고.

애니멀 킹 : 그것뿐일까? 그 정도로 해서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최후의 심판의 날에 단 한 종류의 동물만이 참석한다면 얼마나 한심한 일이 될 것인가. 하나님께서도 기가 막혀서 혀를 찰까?

호모 사피엔스 : ……

정말로 동물은 존엄성을 가진 존재일까? 인간과 견줄 만한 존엄성이 동물에게도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동물들도 통증, 공포, 불안 같은 불쾌한 감정 상태가 분명히 있다. 동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시각, 청각, 후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러므로 동물들이 불쾌한 감정 상태를 느낄 수 있다면 즐거움, 행복, 쾌락 같은 유쾌한 감정 상태를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지나치게 헌신적이거나 저돌적이기까지 한 동물보호 운동가는 아니다. 또한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애정과 같은 변덕스러운 인간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동물을 위한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동물윤리학과 동물보호법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야생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칭 야생의 법 또는 지구법이 국제적 차원에서 조약으로 또는 개별 국가의 실정법으로 하루 빨리 제정 시행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복잡다단하게 이해관계가 뒤얽힌 상황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기는 하다.)
그런데 지구와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기는 하지만 지구 공동체 내에서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인간이 실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유엔기구변화협약(UNFCCC)과 지속가능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SSD)는 인간들의 지독한 이기주의 때문에 번번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생물권의 오염, 토지의 황폐화, 사막의 확장, 담수와 어류 자원 의 고갈, 야생 동식물을 멸종시키는 산림과 서식지의 파괴 그리고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에 따른 인간 소비 수준의 가속화를 조절하고, 반전시킬 획기적 수단과 방법을 시급히 강구할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코막 컬리넌 지음, 박태현 옮김, ‘야생의 법’ 참조)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머니 지구권에 관한 세계 선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선언은, 어머니 지구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어머니 지구와 모든 존재는 가령 유기적 존재와 비유기적 존재에 따른 구분, 종에 따른 구분, 기원에 따른 구분, 인간 존재에의 유용성에 따른 구분, 그 밖의 지위에 따른 구분 등과 같은 구분에 상관없이 이 선언에서 인정된 모든 내재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인간 존재가 인권을 가지는 것처럼 다른 모든 존재 또한 자신이 존재하는 공동체 내에서 그 종 내지 유에 특정된 역할과 기능에 적합한 권리를 갖는다. 각 존재의 권리는 다른 존재의 권리에 의해 제한되고, 그 권리 간의 갈등은 어머니 지구의 통합성과 균형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세한 것은 전게서 참조.)
그리고 에콰도르의 헌법을 기억하자.
2008년 9월 에콰도르의 국민은 국민투표를 통해 자연은 존재할 권리와, 스스로의 순환과 구조, 기능과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헌법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했다.

세계의 모든 것들은 오직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이란 존재는 오직 스스로를 위한 것일까? 인간의 탐욕을 위해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해도 되는 것일까? 끊임없이 실험대상인 동물. 지구환경의 황폐화. 그 결과 우리는 빠른 시기에 미처 예기치 못한 무시무시한 재앙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가 끝난 뒤인 1만 20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인 지금의 지질 시대를 한 때는 홀로세 holocene라고 하였지만, 2008년 지질학자들은 현 시대를 인류세 anthropocene라는 명칭을 붙이기로 하는데 합의하였다. 인간들이 지구 시스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한 원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인간들이야말로 이 무수한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이 잘못하면 제 6차 대멸종의 시대가 눈앞에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괜찮다고 하면서 모른 척 하고 넘어가도 상관없을 것인가?
인간들의 지독한 이기심이란…….
인간들은 겸손해야 한다.
2016-08-30 17: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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