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무지(無知)를 받아들이면서 대한변협신문 창간 즈음에 기고한 국호와 태극기에 대한 소견을 바로잡아 본다.

우선 ‘대한’이라는 국호에 대하여는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삼성출판사 문고판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이라는 말은 ‘汗(한)’ ‘칸’ 등과 같이 나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예로 마한, 진한, 변한 등과 함께 칭기즈칸 사망 후에 성립된 킵차크한국, 일한국, 차가타이한국, 오고타이한국 등이 있다. ‘대한’이라는 이름은 고래로 외세의 침입 시기에는 분열의 시기였던 만큼 다시는 분열되지 아니하고 통일된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자는 의미에서 통일된 나라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라는 애국가 표현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의 힘찬 표현이 ‘대한의 건아’다.

이에 덧붙이자면, 대한의 ‘한(韓)’과 조선의 ‘조(朝)’ 둘 사이의 공통점은 시간적 의미의 날일(日)을 중심으로 상하에 공간적 의미의 열십(十)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의 ‘대(大)’에 대하여는 서경에서 자주 표현되는 방식인 대재(大哉) 등과 같이 ‘위대하다’는 의미로서의 발어사로 봄이 어떨까?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엇박자 “대∼한민국”의 예도 이와 같은 활용으로 볼 수 있고, 대명(大明)이나 대청(大淸)에서의 ‘대’나 유명조선(有明朝鮮)에서의 ‘유’내지 ‘유명’도 같은 맥락으로 봄이 마땅할 것이다.

다음은 태극의 의미와 그 표현방식에 대해서다. 주역 계사전에 의하면 “역(易)에는 태극(太極)이 있어 양의(兩儀)를 낳는다”는 문구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끌어 안다”라는 부음포양(負陰抱陽)의 문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 내지 마늘모”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문구가 있다. 하늘이 처음 열리는 태시(太始) 상태에서 시작되어 뿌연 안개가 성기는 태허(太虛) 상태를 지나,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이라는 천부경의 표현과 같이 어느 찰나 시작함도 끝남도 없이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혔으니, 바로 태초에 천지가 개벽하면서 생명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의 탄생이다. 하나의 물방울이 표면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이면으로 배경이 있어야 하니,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둥그런 원에 새가 날아가는 모습인 새 을(乙)자를 쓰면, 대칭되는 새의 몸체 모습이 나타나고, 여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눈을 그려 넣어 살아 있음을 표현한다. 음은 파란색의 물이고, 양은 빨강색의 불이다. 그 표현의 기법은 태극의 본래적 의미와 함께 태극을 둘러싼 괘의 종류와 의미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더욱 다양하게 발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태극기에 나타난 건곤감리(乾坤坎離)라는 네 가지의 쾌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대성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명리(命理)를 논함에 있어서는, 비록 주역 8괘를 모두 활용하는 64개의 괘사로 설명하기는 부족하겠지만, 이지함의 토정비결에서도 48개의 괘사로 사주 해운을 설명하듯이, 16개의 대성괘로도 천하를 치평하는 만물지정(萬物之情)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종전에 부정적 시각으로 기고한 소견을 철회한다.

 

 

/김병철 변호사  충북회, 법무법인 청녕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