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국민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소를 남발하고 여기저기에 고소·고발을 하는가? 우선 그 책임을 우리나라 국민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국민은 늘 선(善)’이라는 기준 하에, 어떠한 제도가 그와 같은 악한 결과를 낳게 되었는가를 연구하여,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함이 공복(公僕)으로서의 기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사법부에는 만능적인 인재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아무리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 거짓말을 가려내고 진실에 입각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법적 판단을 해 온 수많은 노력들의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이것이 현재 사법권의 민주적 정당성의 바탕이다. 그런데 점점 그 거짓말이 교묘해지고 진실을 가려내는 능력도 그 한계성을 드러내면서 법정의 현실은 거짓말 경연장이 되어버렸다. 결국 거짓말이 정의의 이름 하에 진실로 둔갑하는 판결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게임의 승리를 위해 항소, 상고 등으로 어떻게든 게임을 끌고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비록 과거 서면 위주의 심리방식에서 벗어나 소송관계자들의 토론에 기초한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되어 충실한 심리를 도모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만큼 소송은 교묘해지고 전문가 도움 없이는 소송수행을 할 수 없는 괴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적 약자로서는 자신의 힘으로 그 억울함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사법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결과를 의미한다. 사회통념으로 볼 때에도 신속성은 약자에게, 공정성은 강자에게 유리한 개념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권력은 오만과 독선으로 망국병인 부패로 흐르기 쉽다. 오늘날 자유민주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그 권력 행사에는 늘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에 따른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and Balance)’의 원리가 적용된다.

임명제에 의한 사법권은 늘 국민의 신뢰라는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살아있는 법’의 이념인 정의(Justice)의 주체가 된다.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 비용부담이라는 국민의 현재 눈높이에서 보면, 전관예우가 통하는 수준의 판사들에 의하여 또다시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고 봄이 이 시대의 법감정 현실이다. 적어도 대법관 정도의 수준에서는 전관예우를 비롯하여 학연, 지연, 혈연 등에서 벗어나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대법관 수준의 판사에 의한 신속한 사법정의의 실현, 즉 1심 판사를 대법관 수준의 판사로 충당하는 1심 위주의 사법시스템! 이것이 정답이다.

 

 

/김병철 변호사

충북회·법무법인 청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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