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시(天時)에 맞는 도(道)에 따라 통달한 지리(地理)의 덕(德)을 펼쳐 이 세계의 인화(人和)를 이룰 지도자는 누구냐?

중용에 나오는 군주의 조건은 총명(聰明)과 예지(睿知)이고, 서경에서 나오는 그것은 총명과 용지(勇智)이다. 4차 산업혁명과 세계화라는 격동의 물결 속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다윗 같은 총명,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는 아브라함 같은 용지 내지 예지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우리 사법은 그 총명을 잃어가면서 더욱 더 왜곡되어, 민사 법정의 현실은 무조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말을 일단 해 놓고 보는 온갖 거짓말의 경연장이 되었고, 이제 저스티스라는 이름의 한계성에 국민이 절망하는 것이다. 형사 사법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그 중점을 두느냐, 범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그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이념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현실의 차이는 크다.

후자가 법치주의라는 이념하에 국가의 통합을 이루는 국법질서 회복에 그 가치를 두는 것이라면, 전자는 국민의 법 앞에 평등이라는 이념하에 사회의 동화적 통합에 그 가치를 두는 것이다. 사법의 정의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권력일 때에는 그 민주적 정당성인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되지만, 달리 그 초점을 약간 비틀어 범죄의 성립 여부를 증명하는 데에 그 권력이 행사될 때에는 그 권력의 색깔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더 나아가 사법의 독립성까지 잃게 된다.

과거 우리는 연 평균 10%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하여 공정이라는 이름하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사법개혁을 하여 왔지만, 그 결과는 돈 없이는 사법정의를 호소할 수 없고 누구도 함부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게임’이라는 현실을 부지불식(不知不息) 간에 낳게 되었다. 이제는 사법권 행사에 대한 사후적인 체크,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 의한 역사적 평가를 위한 담보를 위해서라도 모든 기록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민주적 정당성에 관한 위기상황까지 이르렀다.

정의(正義)의 문자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선 정(正)은 영원한 진리로서의 도(道)를 상징하는 ‘一’ + 구도의 자세를 의미하는 ‘止’로 이루어진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다. 의(義)는 만물의 바탕이 되는 부모를 뜻하는 ‘거꾸로 된 八’ + 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관계를 뜻하는 ‘王’ + 나를 뜻하는 ‘我’로 이루어진 공동체 질서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에서 사법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바탕은 국민의 신뢰다.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위한 정도(正道)는 간단하다. 올바른 재판으로 올바르게 결정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 자랑스러운 법조 선배들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이 있었기에 희망에 찬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 우리 사회가 대동·평화(大同·平和)적으로 통합되는 헌법이념이 구현되고, 국민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률 사건·사무가 상화하합(上和下合)의 원리로 해결됨을 으뜸 가치로 하여 받아들이는 국민의 법감정이 형성되는 그날까지 언제 어디라도 다음과 같이 소리 내어 본다.

법조인의 윤리,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너그럽게! 부의 윤리, 치부는 투명하게 생존은 탄력있게! 권력의 윤리, 자신은 겸손하고 남을 명예롭게!

 
 

/김병철 변호사

충북회, 법무법인 청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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