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모든 의사 결정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오로지 국민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안민(安民)이라는 말 한마디는 늘 한결같고 간단명료하다.

그런데 왜 그리 복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절차가 중요시될까? 정답보다는 그 정답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 그 정답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역사적 가치를 더 값지게 하기 때문이다.

공자께서 행하신 곡례(曲禮)나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이신 위의(威儀)는 복잡한 듯 해도 그로 인하여 모든 도가 이뤄지기에 제일 간명한 절차다. 범부(凡夫)가 간단하나마 예의(禮儀)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도, 그 예의 절차로 인하여 사사로운 욕심이 절제되고, 부귀영화에 따른 오만(傲慢)에서 벗어나고, 만족할 줄 모르는 환락에 빠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정이 법이 정하는 적정한 절차(Due process of law)에 따라야 한다는 것, 이것은 국가사회의 동화적 통합이라는 헌법 대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고, 인류역사가 가르쳐 준 귀중한 교훈이다. 서경에 나오는 대동(大同)도 이와 같은 절차적 기준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군주(君主)가 어떠한 결정을 함에 있어 큰 의심이 생긴다면, 우선 군주 자신의 마음으로 헤아려 본 후, 관료들인 경사(卿士)를 헤아리고, 뭇 백성인 서인(庶人)을 헤아리고, 거북점과 시초점인 복서(卜筮)를 헤아리되, 그 결정 내지 결단에 거북점이 따르고 시초점이 따르고 경사가 따르고 서인이 따를 때 이를 대동이라 한다.

장생(長生)과 안정(安定)이라는 천하의 대업을 이어감에 있어, 늘 새로운 조건 아래서 새로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생존 현실에서, 시의(時義)에 맞는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하늘 잣대, 바로 그 천칭(天秤)이 절차적 기준으로서의 대동이다.

모든 국가권력, 특히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사법권이나 검찰권은 다른 권력보다 더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 쉽고, 오래되면 고인 물이 썩기 마련이듯 망국병인 부패로 흐르기 쉽다. 그 위험한 권력의 행사에 대한 절차적 기준 내지 정교한 정치질서로서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은 어떻게 실현돼야 하는가? 그 정답은 간단하다. 그 행사 절차의 투명성이 담보되도록 하면 된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Big-Data)를 소화해 내는 슈퍼 컴퓨터가 등장하여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까지 가능해진 인공지능(AI)가 대세가 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 서비스(Digital Twin Service)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즈음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사법기록은 있는 그대로 철저하게 보관되어 공개되도록 하고, 그 사법권 내지 검찰권 행사자의 권력 남용 여부는 그 범죄행위 내지 비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내지 징계시효를 없애기만 하면 된다. 로마 공화정의 지도자는 그 직책 임기가 대부분 1년이고, 임기 중에는 소추를 받지 않고 공직에서 물러난 후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김병철 변호사

충북회, 법무법인 청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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