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법정이율이 왜 연 5%일까? 제국이라는 정치질서의 영속성을 위한 경제수치일 것이다. 장기 투자의 복리가치인 72법칙을 적용하면, 제국의 자산은 약 15년마다 2배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 국민들은 늘 돈을 요구한다. 선거제 국가권력은 늘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명분하에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유동성 남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량의 화폐 흐름을 만들어 내는 유동성 함정의 대가는 지배층의 사치와 낭비를 낳고 권력의 부패로 이어져, 국가사회의 통합 실패라는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소리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자(the lion)가 되는 것은 국수적인 견지에서 극일, 극미를 논한다고 하여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무지를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미래지향적인 진보의 관점에서, 오로지 국부를 바탕으로 한 우월적 지위에 올라 모두를 포용하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시민 의식을 키우는 길뿐이다.

그동안 자랑스러운 우리 선배들은 만능적인 법조인으로 ‘돈이 적게 드는 간단하고 신속한 사법시스템’ 속에서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판결을 내려왔기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 냈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이라는 시대흐름 속에서 ‘공정’이라는 이름하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사법제도의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제 소송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증거재판주의를 알게 되었고,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채 억울하게 허위사실에 의한 패소 현실까지 수긍하는 일반적인 법감정을 낳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결과물이 현재 너무나 복잡하고 난해하다. 더 많은 대다수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불평등하기 때문에, 선진화된 괴물 공룡의 사법시스템에 점점 접근하기 어렵다. 그동안 약 20~30년간 줄곧 변호사업에만 종사하여 온 사람조차 변화된 사법시스템에 의해 소외되어 제대로 법정에 설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돈 없이는 사법정의를 호소할 수 없고, 누구도 함부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게임’이라는 현실을 낳게 된 것이다.

사법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내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것은 결코 국민을 향하여 설명이나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법 현장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사법부가 그 권한을 수행하는 정의라는 것은 그 심판대상인 약자에 대한 충분한 긍휼을 공감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공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다”라는 국민의 신뢰를 그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지켜내기 위해서, 진실에 바탕을 둔 억울함은 언제 어디서든지 돈이 없더라도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법시스템, 여기에서 국민의 최종 관심사는 바로 돈이다.

 

 

 

/김병철 변호사

충북회·법무법인 청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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