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 어디서든 청소 중일 때 가장 더럽다. 감추어져 있던 모든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 비치는 대한민국은 지금 대청소 중이다. 그 청소의 현장에는 두 가지 종류의 가치가 혼재되어 있다. 서로가 필요한 물품이라며 쓰레기로 버려지기를 거부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어느 한 쪽이 쓰레기로 판명되어 청소될 것이다. 진즉 청소되었어야 할 쓰레기들이 땅속에 묻힌 채 제 스스로의 더러움을 감추고 있다가 이제 그 모든 쓰레기들이 땅을 헤집고 드러나고 있다. 곪을 대로 곪았다 터지는 형국이다.

현재 국민으로부터 가장 심각한 청소 대상으로 꼽히는 분야가 바로 법조계와 종교계라는 점이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법조계는 현재계의 심판자이고, 종교계는 내세계의 심판자이다. 법률과 종교는 이렇게 심판이라는 역할을 통해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채 특별한 지위를 누려 왔다. 어느 누구도 심판자인 법률가와 종교지도자라는 역린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고, 실제 건드리는 자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단죄가 내려졌고, 신의 지옥형벌이라는 이름으로 고통 중에 버려졌다.

그런데 그렇게 공고했던 법률과 종교의 영역에 2020년 대한민국 국민은 합리적 과학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도전하고 있고, 지적 평등민주주의를 무기로 그 아성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많은 이들은 총을 든 자 앞에 굴복한다. 총알의 속도가 인간의 속도보다 비교할 수 없게 빠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총알이 인간 행동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은. 그러나 총알은 쏘는 이보다 피하는 이가 빠르면 결코 피하는 이를 잡을 수 없다. 총알 자체의 빠름이 핵심이 아니라 총잡이의 속도가 빠름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아버렸다. 비밀금고의 문이 열려 버렸다.

이렇게 비밀을 눈치 챈 국민이 법률과 종교의 심판 기능이 아닌, 법률가와 종교지도자의 허물을 뒤집어엎어 쓰레기라고 일갈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피심판자 규제를 위해 축적된 모든 자료가 이제는 역으로 심판자를 심판하는 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본질을 직시하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심판자의 권력 남용이 피심판자 용인의 한계를 일탈하자 더이상 인내할 수 없는 저항이 시작되었다.

심판자의 거짓 허울이 벗겨지니,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법기술자에 불과함이 밝혀지고 있고, 종교의 탈을 쓴 탐욕의 무리임이 밝혀지고 있다. 알곡과 쭉정이가 구분 되어지고 있다. 합리적 과학민주주의와 지적 평등민주주의가 세뇌된 소극적 인류의 지성을 일깨우고 자발적 청소부를 양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청소 중이다.

 

 

/오시영 변호사

전 숭실대학교 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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