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대의 ‘경험에서 축적된 지성’이 신세대의 ‘무경험에서 발산되는 기발함’보다 우월한가? 구세대가 강조하는 도덕적 질서가 신세대에게 그대로 통용되는 것일까? 전남 담양의 한 남녀공학 고교 성교육시간에 바나나를 이용한 콘돔사용법 교육과정이 문제가 되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젊은 교사는 성교육시간에 예상치 못한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콘돔사용법을 가르치겠다며 학생들에게는 바나나를 준비시키고, 학교는 콘돔을 준비하겠다고 하였다가 학부형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은 끝에 결국 해당 교육과정을 취소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학부형들은 “그런 방식의 성교육이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긴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 학부형의 입장에서 한 번쯤 심각하게 이 문제를 되돌아보자. 요즘 고교생쯤 되면 거의 대부분 성인물 동영상을 보았다고 추정된다. 어느 조사보고서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성인물을 본 적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인터넷과 컴퓨터, 모바일폰 등을 통해 각종 영상매체의 접근이 일상이 되다 보니 그 여파로 성인물 동영상 접근이 너무나 가벼운 일상이 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세상이 완전 별세계가 되어 있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고교생들로서는 교실에서의 콘돔사용법 강의가 너무나 시시하고 구태의연한 성교육일지도 모른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배울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고교생이나 되는 자식들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인 양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어떠한 교육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야단이다.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절제와 올바른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금방이라도 탈선과 성폭행범이라도 될 것인 양 호들갑이다. 저 항의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이중적 위선일 뿐이다.

누군가 첫 단추를 꿰어버리면 저러한 기초적인 성교육 정도는 교육현장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질서는 그냥 공개되어 버리면 일상이 되어 버릴 현실을 쉬쉬 하면서 계속 응큼한 어둠의 영역에 가둬두려고 한다. 이는 개인적, 집단적 항의를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부도덕적 학부형’으로 평가될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두려움이 심리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모의 비겁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만이 자유를 만끽하는 기존의 규범들이 뉴노멀시대의 신세대에게는 족쇄가 되어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면, 우리는 각성하여 스스로 감옥의 문을 열어야 한다. 아이들보다 못한 때 묻은 어른들이 어른보다 훌륭한 깨끗한 아이들을 지나치게 규제하려 하지 말자. 당신, 부모인 당신은 매일 아이들로부터 “엄마, 아빠는 왜 그래?”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 않은가?

 

 

/오시영 변호사

전 숭실대학교 법대 학장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