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회에서 6년간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로 활동하다가 서울회로 소속을 변경해서 개업하게 되었다. 불경기 한파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사바나의 정글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선배 개업변호사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준비해야 할 것이 적지 않고 들어가는 돈도 역시 만만치 않다. 그 중에서 가장 아깝게 생각되는 건 소속회 변경 입회금이다.

대구에서 경기북부회로 가입하면서 수백만 원의 입회금을 냈는데, 돌려받는 건 거의 없고 다시 비슷한 수준의 서울회 입회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의대 신입생 입학금과 한 학기 수업료 평균 수준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내가 지방회 재정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의문이지만, 지방회도 내 복리후생에 얼마나 힘써왔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변호사 수 증대에 따른 각 지방회 신규 회원 수를 고려하면 지금 수준의 입회금이 적정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주변에 많은 변호사들은 우리들이 내는 입회금, 월 회비, 경유비가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적재적소에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많다. 집행부의 갖은 노력이 회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측면도 있겠지만, 납세자의 푸념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뿌리가 깊다. 회무의 방향이 민생과 거리가 있고 모호한 전략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다른 이익단체의 투쟁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른바 한유총은 1995년에 창립돼서 사립유치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로비 창구로 활동 중이다. 한유총은 풀뿌리 조직을 바탕으로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도 교육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수차례 규제 입법을 막아냈다. 2020년 1월경 회계 투명성 강화를 기치로 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입법을 오랜 기간 지연시켰다.

정부의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활동은 어떤가. 정부는 2020년 7월경 연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증원하는 의대 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즉각 반발해 각각 집단휴진, 집단휴업, 국시 거부 투쟁을 이어갔다. 의사단체는 기피과에 대한 의료수가 조정 필요성과 공공의대 선발과정의 공정성을 바탕으로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여파로 정부도 입법을 유보했다.

물론 변호사단체가 한유총이나 의사단체의 투쟁 방식처럼 억울한 사람을 내버려 두고 파업과 폐업을 조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권 옹호의 공익적 가치만을 앞세우면서 자기검열을 하는 고고한 선비 조직이 되어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는 회원들의 핵심 민생 현안에 대해서 명분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이 치열한 협회장 결선투표까지 이어졌다. 이제 새 집행부가 그 열망에 응답할 차례다.

 

 

/노승민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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