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언제까지 쓰고 다녀야 할까. 깨끗이 씻은 손으로 코 주위를 꼭꼭 눌러보지만 따뜻한 콧바람이 차가운 안경알에 부딪혀 아른거린다. 최후변론처럼 몇 분 동안 계속해서 말을 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야기할 의뢰인의 억울한 사정은 한참 남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서면을 참고해달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무리하곤 만다.

요즘 법정에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하다 보니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목소리가 작은 한 검사님이 성범죄 구형을 하는데 정작 중요한 숫자 부분이 들리지 않는다. 재판장님은 연신 마스크를 고쳐 쓰면서 징역이 몇 년인지, 수강명령이 몇 시간인지, 취업제한은 몇 년인지 다시 묻곤 한다.

때린 건 맞지만 절대 휴대전화로 때린 건 아니라는 피고인이 있었다. 휴대전화에 피해자의 DNA가 있는지 조사해달라고 했지만 수사기관은 외면했다. 특수상해는 벌금형이 없어서 휴대전화로 때렸는지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다.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그 의지를 가로막고 있다. 요즘 법원에서 배심원 소환 통지를 보내면 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판부는 배심원 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완고한 피고인을 설득해본다.

의정부 교도소에선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이 하나씩 높아가고 있다. 이미 김천소년교도소 재소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변호인과 같은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예전 변호인 접견실에는 변호인과 재소자 사이에 가슴 높이의 투명 아크릴판이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를 덮을 높이까지 판을 쌓아 놓았다. 열띤 상담 중에 날아다니는 작은 침방울을 촘촘한 마스크와 높아진 담장 안에 가두고 있다.

접견할 피고인이 많을 때는 변호인도 일반인 접견실에서 접견을 하고 있다. 변호인 접견실의 좁은 대기실에 재소자들을 모아놓을 수가 없고, 코로나가 퍼진 이후로 일반인 접견이 금지돼서 여유 공간을 활용해 보자는 취지 같았다. 중고등학교 때 쓰던 조그마한 책상에 앉아서 일반인 접견실의 육중한 유리벽 너머로 재소자를 바라보니 뭔가 어색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아니래도 조금 안심이 되는 건 왜일까. 변호인으로서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투박한 사연에 귀를 기울여 본다.

코로나는 법조 일상을 바꿨지만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사람들 간의 크고 작은 분쟁은 여전히 사법시스템 아래에서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국경봉쇄나 지역 간에 통행금지 조치 없이 불편함 속에서도 사건은 처리되고 있다. 방역당국의 통제 권한과 시민의 자유 사이에 긴장은 날로 높아가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큰 공감대가 서로 간의 충돌을 완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보면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고 어려움을 이겨내자.

 
 
 
/노승민 변호사·경기북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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