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는 2000년 중반부터 일본 삿포로변호사회, 몽골변호사회와 정기적인 교류회를 갖고 있다. 작년까지 일본 삿포로변호사회와는 7회, 몽골변호사회와는 11회의 교류회가 열렸다. 경기북부회 유준용 회장과 회원 일행은 지난 7월 말 후텁지근한 우리나라의 폭염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겨울의 섬’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新千)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며칠간의 견학 일정을 마치고 홋카이도 삿포로에 있는 삿포로변호사회 회관에서 양 변호사회의 제8회 교류회가 열렸다. 일본의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즉 손님에 대한 환대는 인상적이었다. 삿포로변호사회에서는 경기북부회와 참가한 개별 회원들에 대한 선물을 각각 준비하였고, 오카와 데츠야(大川 哲也)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자신들의 명함을 우리 측 회원 모두에게 건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선물과 명함을 주고받는 상견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발표와 토론이 시작되었다.

나는 제1주제로 ‘사실혼 보호의 필요성과 그 범위’에 대해서 발표했다. 발표하기 전에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논지가 잘 전달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 변호사들도 감탄할 만한 현란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경기북부회의 일본통 황성연 변호사 덕분에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일본 변호사들은 유언과 유증으로 보호할 수 없는지 질문을 하는 등 상당히 심도 깊은 질문을 많이 던졌다.

다음으로 일본의 요시카와 카에(吉川 賀惠) 변호사가 제2주제로 ‘공모죄(共謀罪)를 둘러싼 정세와 변호사회의 활동에 대해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살인, 강도 등 일정한 범죄의 예비·음모를 처벌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도 종래 폭발물 관련 범죄, 내란죄 등 몇몇 범죄의 공모 내지 음모를 처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시행된 테러 등 준비죄(일명 ‘공모죄’)에 의하면 대부분의 형사범죄가 망라된 277개 범죄의 공모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된다. 요시카와 변호사는 극단적으로 일본 경찰이 항공권을 구매하는 승객이나 공원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시민들을 체포하여 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부당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오카와 회장에 의하면 그 동안 삿포로변호사회는 일본변호사연합회와 함께 공모죄 법안의 일본 의회 통과를 막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에 항의서면을 보내고, 삿포로 시내 곳곳에서 팸플릿을 나눠주며 가두행진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7월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도쿄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小池 百合子)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에 참패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공모죄 법안의 강행처리에 따른 민심이반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자민당이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다시 압승하면서, 일본 법조계의 고민은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화를 마구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기치로 하는 아베 노믹스. 일본 사람들은 잠재적인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아베 노믹스를 발판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해서 일본 경제가 다시 번영하기를 더 갈망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보수적인 일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변호사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 있는 삿포로 변호사들 덕분에 일본 사회의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는지. 앞으로도 경기북부회와 삿포로변호사회의 우정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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