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 간단히 운동을 하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는 이미 두 분의 변호사님이 먼저 와서 업무를 하고 계셨다. 주말에 일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서 쓸쓸하진 않았지만, 주중에는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최근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71%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번아웃 증후군’은 정신적·신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WTO가 ‘비록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길고, 특히 법조인의 근로시간은 업무 특성상 다른 직종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욱 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긴 업무시간은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이 되기에 충분해 보이고, 최근 법원 내부에서도 법관의 업무부담이 너무 과도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으며, 판사 수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변호사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아직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청년변호사를 포함해 상당수의 변호사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일부는 젊은 세대의 ‘워라밸’ 투정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업무에 지나치게 몰두한 법조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피로감에 시달린다면 이는 곧 재판에 영향을 미쳐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에서 시지프스가 끊임없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것을 두고 인간의 운명이자 부조리로 정의하면서도 바위를 밀어 올리는 행위를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시지프스가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릴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니 새해에는 모두가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여유를 갖길 바라본다.

 

 

/김성훈 변호사

제주회·법무법인 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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