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에서 두 사건을 변론한 적이 있었다. 한 사건에서는 의뢰인에게 유책사유가 있었지만 이미 장기간 별거를 하여 사실상 혼인이 파탄이 되었으므로 이혼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사건에서는 상당 기간 별거를 하였지만 상대방에게 유책사유가 있으니 이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변론이 법리적으로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스스로가 모순된 논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생각되어 다소 자괴감이 들기도 하였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파탄주의 채택을 전제로 한 실증적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고 파탄주의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였다고 한다. 사회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혼인과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생각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의 변화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므로 결국 유책주의를 선택할 경우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일방 당사자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한편 앞서 말한 두 사건 모두 조정 절차를 거쳤는데, 한 사건의 조정 과정에서 이혼을 원하는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양료 명목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상당한 기간 동안 지급하기로 하는 조정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비록 위 조정안은 상대방의 부양료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지 못하는 당사자의 거부로 성립되지는 못하였으나 이혼의 귀책사유 여부를 불문하고 이혼을 원하는 당사자가 위자료나 재산분할과는 다른 개념으로서 상대방에게 부양료를 지급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무척 새롭고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 느꼈다. 만약 우리 이혼 제도가 유책주의를 따른다고 한다면, 위 조정안처럼 일방 당사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부양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혼 제도 자체의 변화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새로운 이혼 제도가 도입되기에 앞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충분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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