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꼭 현장에 와보셔야 합니다.”

늦은 밤 의뢰인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꼭 사건 현장을 방문해줄 것을 요구받았다.

의뢰인의 부탁을 받거나 꼭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사무실을 벗어나 개인적인 탐정(?) 활동을 한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평소 주로 사무실에서 상담과 서면작성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현장에 가보면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에 꼭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가서 현장을 보거나 목격자 등을 만나기도 하였다.

무더운 여름이었기에 정장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의뢰인을 만났다. 의뢰인은 “그때 상담한 분이 오신 거 맞냐, 더 말랐고 서울말(필자는 부산 출신으로 부산 표준어를 쓴다)을 썼던 거 같은데” 같은 말을 하여 바쁜 일정을 쪼개어 방문한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의뢰인의 안내로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의뢰인이 차를 나무 밑에 세우고 자신의 차에 타라고 하였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사정이 있겠지 하며 의뢰인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나는 차가 그런 깊은 산속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길이 없는 곳으로 차가 이동하자 살짝 긴장됐지만, 다행히 평소 축구로 단련했기에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길게 자란 풀을 헤치면 나아간 차는 산속 공터에서 멈췄다. 의뢰인은 과거 자신이 키우던 나무를 도난당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장에 남아 있던 흔적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모호한 상황이 이해되면서 의뢰인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현장 사진도 다수 촬영하여 보관하였다.

이처럼 소송제기나 형사고소를 위한 증거 수집을 할 경우에도 항상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을 의뢰인에게 설명한다. 최근 신용정보법의 개정으로 신용정보회사 등을 제외하고는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탐정이 어떠한 권한으로 증거 수집을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고, 혹여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변호사 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탐정업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김성훈 변호사
제주회·법무법인 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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