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살면서 육지(제주도에서는 다른 지역을 통상 ‘육지’라고 한다)에 가기 위해 자주 비행기를 이용한다. 특히 육지에 재판이 있는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배를 탈 수는 없으므로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문제는 공항이 전국 어느 곳에나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제주에서 원주지원에 재판을 하러 가는데, 제주에선 원주로 가는 비행기가 하루 왕복 1편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갈 때는 원주공항에 내리고, 돌아올 때는 서울로 이동해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만 했다. 공항에 안개가 끼거나 바람이 심한 날에는 탑승이 지연되거나 심지어 항공편이 취소되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비행기가 강풍에 휘청거리면서 여러 번 착륙을 시도하다 끝내 회항할 때의 기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런데 머지않은 미래에는 적어도 재판 출석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할 일이 거의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올해 3월 4일 처음으로 재판부의 요청으로 화상재판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안동지원은 지난해 10월 2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증인신문을 원격 영상신문으로 진행했다. 이미 화상재판의 시대는 시작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전자소송 제도의 확대와 맞물려 향후 사법절차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필자는 이러한 방향이 당연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화상재판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정착하기에는 아직 제도적, 기술적 한계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화상재판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장소적 제약이 없어야 할 것인데, 지금은 어찌 됐든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화상재판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법원이라는 장소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에는 화상재판에 대한 근거 규정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라는 불행한 일로 논의가 촉발되기는 했으나, 향후 화상재판이 안정적으로 정착돼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더욱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훈 변호사
제주회·법무법인 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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