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상반기 연재를 마치고 쉬는 동안, ‘원자력의 평화이용과 통일한국’이라는 주제로 자유기고를 했습니다. 세계 기후 변화로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6.25 직후 태어난 우리 세대는 그동안 누려온 자유와 번영의 축복을 후손들에게 이어줄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서, 첨단 에너지산업의 하나인 원전 기술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상식적 관점으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그 칼럼에 적지 않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지만, 그 가운데 부산 거주 변호사 한 분은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부산 지역의 안전문제와 밀양송전탑 건설 당시 빚어진 지역주민의 고통을 지적하면서, 제 견해를 물어오셨습니다. 원전 입지선정은 경제성과 입지조건은 물론, 안전성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결정되는 사항이지만, 지역주민의 우려와 민원은 반드시 존중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태양광, 풍력발전 등 에너지전환 정책과의 조화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첨단산업에 속하는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이 두 산업 가운데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투트랙으로 가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은 통일한국 시대에 대비한 국익 측면과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전은 해외의존도가 가장 낮은 ‘자립’ 산업이며, 비용이 저렴하고, 탄소 제로의 청정에너지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축적된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소형원전산업과 미래의 핵융합을 통한 인공태양 기술까지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추격전략(catch-up stratege) 위주의 경제발전을 추구해 왔으나, 지금은 선두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산업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부러워할 첨단산업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5G통신, 나노기술, LNG 선박건조, 수소차·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의약품, 생명공학 기술이나 문화콘텐츠 산업 또한 커다란 성장과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술후발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은 축복이자 기적입니다. 우리는 이런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꾸준한 R&D 투자와 고급기술 인력에 대한 존경과 육성을 통해서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원천기술’을 더욱 개발하고 확보해서 선진기술 보유국가에 대한 기술의존을 탈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후발국가로의 산업기술 유출이나 국가 핵심기술 침탈을 막고, 지적재산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한·일 무역분쟁 이후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전자의 예이며, 고급기술 인력의 중국 유출을 막는 것은 후자의 예입니다.

우리는 치열한 국제무역 환경 속에서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반드시 역창(易創)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회 전반에 대립과 갈등 보다는 소통과 상생이 이룩돼야 합니다. 밖으로는 지구촌 전체에 기여하고, 인류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각오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한국만 강대국이 돼야 한다는 좁은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성숙한 인류의식을 통해서 ‘세계가 하나’ 임을 증명해 나가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 일류’이자, 조상 전래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이 가리키는 근본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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