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하나다.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류도 하나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고 나면, 세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젊은이들에겐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있고, 인생을 살만큼 산 사람들은 지난 평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때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든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고,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전염병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질서정연한 방역태세는 국제적 신뢰와 존경을 얻고 있다. 민족 전래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사람 사이를 이롭게 하라”는 인본주의 정신이야말로 인류전체에 공헌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아리랑 노래에 담긴 ‘인간애’와 ‘사랑과 연민’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이고, 인류 의식의 최고봉일 수가 있다.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궁극의 인격권이자 행복가치와 일치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문화가 전파되고 나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국격이 높아지고,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다. 미국이나 유럽제국들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사회풍토와 합리적인 법률제도 덕택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어떤 문명이든 흥망성쇠는 피할 수 없으며, 역사적 순리이기도 하다. 그런 진실과 순리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면, 역설적으로 우리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창의력으로 더 도약할 수 있고, 글로벌 차원의 현안에 지혜롭게 참여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뜻밖에 닥쳐올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미래를 잘 준비하고, 대처하고 있는가? 문제는 북한 땅에도 자유민주주의가 꽃피워야 하고, 평화통일이 되어야 한다. 인간존엄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듯이, 기본권의 본질은 절대 침해되어서는 안 되고, 침해되어질 수도 없다는 ‘천부인권론(天賦人權論)’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선군사상과 협박 전술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선택할 길은 시대착오적인 개인숭배와 폐쇄사회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해 주고, 3권분립 제도가 합리적으로 작동되는 인간존엄의 방향이어야만 한다.

모름지기 국가의 존립 목적은 사회 공동체의 자유와 번영을 보장하는 데 있다. 인간존엄을 최고이념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은 그런 면에서 모범적이다. 평화통일을 포함한 모든 일들이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한국의 미래에 대한 범국민적 통찰과 합심(合心)이 일어나야 한다. 부디 며칠 후 총선거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이 분명한 선택을 하고, 정치인들이 새로 확립된 민의를 제대로 받들어서 나라의 희망이 열리기를 바란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 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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