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영양왕 시절, 한반도에 침략한 중국 수나라 100만 대군을 지혜와 용맹으로 전멸시킨 을지문덕 살수대첩의 역사가 있다. 조선왕조 중기에, 배 12척으로 수백 척의 왜군 함선을 침몰시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명량대첩의 역사가 있다. 이렇듯이 반만년 역사 동안 수없이 외세 침략을 당하면서도, 단 한 번 침략 없이 그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가장 모범국가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의 길은 뭘까? 단언컨대 인명을 경시하고 전쟁을 용인하거나 추구하는 패권주의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인간존엄의 길이자, 홍익인간에 바탕을 둔 선린(善隣)의 정신이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3대원칙을 갖고 성공적인 ‘K-방역’으로 국제적 신뢰를 높인 배경에는 이런 인간존엄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현대사회는 고도화된 정보통신(IT) 시대이자, 인류의 모든 생활에 인공지능(AI)이 개입하는 보편적 시대에 진입하였다. 전체주의나 획일적 독재는 이런 시대 변화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자유와 창의만이 인류의식의 성장·성숙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유와 창의가 흘러넘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인권 지향적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고, 그것이 지켜질 때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넘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장구하게 이어져온 봉건적 군주제도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래 헌법전문과 제1조에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천명하고, 헌법 제10조에 ‘인간 존엄’을 최고이념으로 삼은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그리고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비로소 성취하고, 헌법재판소를 창설하여 기본적 인권보장의 생활화, 즉 인본주의(人本主義)가 살아 숨 쉬는 성숙한 자유민주국가로 높아졌다. 그러므로 우리가 속해 있는 아시아 지역을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이정표’는 단언컨대 ‘주권재민과 인간존엄’의 헌법정신에 있다.

이에 반해 주권재민과 인간 존엄을 도외시하고, 개인숭배와 선군사상을 최고이념으로 삼고 있는 북한 헌법 체제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가 없다. 핵무기 개발과 전쟁 위협은 항구적인 국가 존립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평화와 번영에 역행한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중국도 물질만능의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하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유포의 진원지가 된 배경과 근본원인을 성찰해 보면, 천안문 사태나 홍콩시위 진압방식에서 보듯이 전체주의적 인명경시 풍조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유와 인권의 확대가 선결 조건이다. 부디 이 땅에 인간행동의 자유와 창의력의 극대화를 통해서 만인에게 ‘기회의 평등’이 제공되고, 그것을 통해서 한반도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이 펼쳐지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 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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