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인과의 만남에서 이런저런 걱정을 나누다가 문득 홍콩 금융허브가 어디로 갈지 모르니, 그 기능을 한국으로 흡수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미국이 홍콩의 특례지위를 폐지해 버리고, 중국정부에 의해 분해되는 시점에서, 홍콩의 국제금융 산업은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과거 예측하지 못한 급변사태다. 홍콩산업을 보면 사실 별게 없다. 단지 중계무역과 국제금융 두 가지 뿐이다. 특별히 제조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광·서비스산업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1,000만명이 먹고 살아왔다. 만약에 한국이 그 기능의 절반만 흡수해 와도 500만명 일자리가 공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런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

세계금융의 중심지는 뭐라 해도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다. 그렇다고 해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기능이 미국이나 영국으로 한꺼번에 갈 수는 없다. 아시아권이 미국이나 영국으로부터 너무 멀고, 뉴욕 월가 등 기존 시스템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도시국가인 싱가폴은 금세 포화상태가 될 것이고, 일본정부가 바짝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만일 우리가 먼저 기선을 장악하면 일본도 자연스레 따라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천만명이 먹고 살 희망이 열린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인, 금융인들은 지금 관점에서 보면 비록 꼰데 같고 고리타분하다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분들이다. 그런데 아시아 금융허브의 이동은 무에서 유가 아니라, 있는 걸 옮기는 문제다. 만약에 있는 것도 못 옮긴다면, 그건 과거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겨서 계속 또 들어올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직 기법을 몰라서 그렇지, 선진 금융시스템을 배우고 나면 금방 따라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관련 국내 논의현황을 살펴보니, 일찍이 정부는 2007년도에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2007.12.21.제정, 법률 제8699호)”을 공포하였고, 그 선견지명(先見之明)에 힘입어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에서 43차례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어서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창의성에 기초한 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 활성화 등 금융혁신의 촉진을 위해서 꾸준히 논의해 왔다고 한다. 다만 국내 추진여건상 세간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금융규제를 완화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 한다.

따라서 먼저 정부 내에서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새로 ‘판’을 벌려야 한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홍콩을 이전한다는 생각을 갖고, TF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홍콩의 여건은 물도 깨끗한 게 아니고. 인천 연안보다 훨씬 열악하다. 우리나라는 싱가폴 창이공항을 능가하는 세계최고의 인천공항이 있다. 영종도·송도에 부지도 넓고, 세계 금융자본을 모을 인프라가 충분하다.

부디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뉴딜정책에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방안’을 포함시켜서, 보다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고대한다. 그리고 국회에서도 국민적 기대를 반영하여,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정부시책과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심층 검토하고, 세부 추진법안을 심의·의결함으로써 국가의 기본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

다시 강조하건대, 아시아 금융허브의 이동은 단지 한국의 경제발전이나 강대국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시장경제질서를 지키고, 홍콩 시민과 모든 인류가 함께 누려야할 자유와 인권향상에 기여한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미래의 행복한 대한민국을 지향하며 추진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부모세대가 험난한 시대를 살면서 배고픔을 참고, 자식들한테 교육을 시킨 그 위대함을 보아야 한다. 세계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칭찬하는 한국의 교육열이야말로 진짜 자식 대에 물려줄 큰 유산이다. 전후 한국이 아무런 자원 없이 발전하리라곤 아무도 예측을 못했지만, 수많은 장벽을 뛰어 넘었기에 세계적 도약을 이루었듯이, 아시아 금융허브 조성과 발전도 우리가 뜻을 세우면 반드시 나아갈 길이 열릴 것이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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