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다. 새봄의 시작이자 음력 ‘정월’이다. 우리 조상은 새해 첫 달을 정월(正月)로 불렀다. 여기서 ‘정(正)’은 옳고 그름을 가린다기보다는, 묵은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연결되는 ‘기준점’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대립과 갈등을 겪는 국내외 상황 속에서 우리 법조인, 변호사들의 정신적 기준점으로서 ‘삼권분립’과 ‘사법권독립’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인류 역사를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정의’(正義)라는 명분하에 참혹한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역사는 완전을 향한 영원한 미완성이라고도 한다. 그렇듯이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초인 삼권분립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법조인들의 정치권 진출이 늘었지만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사법권독립은 도전받고, 정치사건과 형사재판에서 여론이나 외부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

젊은 법학도 시절 우리는, 영국의 입헌민주주의와 프랑스 몽테스키외가 주창한 삼권분립의 위대한 가치를 배웠다. 그런 삼권분립의 전통을 승계한 미국은 건국초기부터 사법권 우위의 연방대법원과 헌법재판 제도를 확립하여 세계 최강국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가 대부분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삼권분립과 사법권독립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는 일당독재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어서, 정치·경제의 퇴행과 자체 모순을 시정하기 어려운 악순환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1948년 헌법제정 이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누리게 된 원동력은 누가 뭐라 해도,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이념으로 삼은 대한민국헌법(제10조)의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입법, 사법, 행정 3권의 분립을 통해서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권력분립이 기본적 인권보장의 전제이자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원리임을 부정할 법조인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조인의 사명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헌법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모든 법관이 추구하는 ‘좋은 재판’은 사법권 독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법관만이 아니라 행정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검찰도, 피고인의 인권을 방어하는 변호인도 ‘좋은 기소’와 ‘좋은 변론’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한 광의의 법조계라 할 수 있는 국회의 입법부서, 행정부의 법무·법제 부서, 사내변호사, 준법감시부서 등 다방면의 역할과 기여가 필요하다. 특히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여전히 행정경찰과 분리되지 않은 사법경찰에 대한 적법절차 준수를 위한 헌법적 통제(헌법 제12조)는 법조인들에게 부과된 새로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새봄을 맞이하여, 부디 필자를 포함한 모든 법조인이 헌법정신과 삼권분립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겨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정진섭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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