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관련 [별표3]에서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중 직업성 암에 대해서는 ⑴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것 ⑵일정 기간 또는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되었을 것 ⑶암이 표적 장기에 발생하였을 것을 인정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석면에 10년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난소암’의 경우 위 [별표3]이 규정한 직업성 암의 인정기준을 충족하므로 산재로 인정되기 쉽다. 그러나 위 [별표3]이 규정한 유해물질 노출 기간 또는 농도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최근 전자부품 제조 사업장의 근로자가 혈액암의 일종인 질병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산재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0. 5. 29. 선고 2018구합69677 판결 참조).

법원은 ①망인이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1일 최대 14.5시간의 근무를 지속하였으므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②개인보호구(호흡기보호구, 보호장갑, 보안경 등)가 지급되지 않아 노출 수준이 높았을 가능성도 있어 측정된 유해화학물질 수치가 노출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유해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별다른 특이 질병력이 없었고, 기초 질환이나 가족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음주와 흡연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도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최근 판례들은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직업병의 경우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그 인과관계를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근로자 측에 있는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윤미영 산재 전문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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