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은 경우 사업주 상대로도 당연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보험제도는 업무상 재해의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고의, 과실을 묻지 않는다.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는 업무상 재해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산재 승인을 받았더라도 사업주에게 고의, 과실이 없으면, 사업주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으므로, 재해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주의 귀책사유 유무는 산재 후 손해배상 사건 상담 시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특히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 막연하게 보호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권자인 원고는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 보호 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사실을 주장, 입증해야 한다.

이때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관련 법령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의무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산재 후 손해배상 청구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무상 추락 사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사업주의 의무(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설치 등)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업무상 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업무상 사고의 경우 업무상 질병에 비해 산재 후 손해배상을 받기가 쉽다. 반면 직업성 암이나 과로사와 같은 업무상 질병의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및 사업주의 구체적인 귀책사유에 대한 주장, 입증이 업무상 사고에 비해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관련 법령의 활용도 업무상 사고의 경우 더 용이하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은 후 산재보험급여로 전보되지 않는 나머지 손해를 받기 위해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업무상 질병과 관련된 산재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귀책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윤미영 산재 전문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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