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에서 계산업무를 하던 직원이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등과 같은 고객의 폭언을 듣고 퇴근 후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고가 있었다. 유가족은 산재신청을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인정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심리적 충격을 받고도 충분한 휴식, 근무조정 등 사업주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체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뇌출혈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재해의 경우 과로의 유무, 업무상 흥분, 공포, 놀람 및 급격한 근무환경의 변화 유무 등을 고려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객의 폭언이 있은 이후 사업주의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산재를 인정하는 사유로 추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고 알려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2018년 10월 18일)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사업주의 사전 예방조치로 폭언 등을 하지 아니하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건강장해 예방 관련 교육 실시 등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주의 사후 조치로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의 연장,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우울증, 적응장애 등 건강상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에 노출된 고객응대근로자의 급격한 혈압 상승이 뇌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하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진행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의 산재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과거 업무상 질병 판단에 고려했던 사항(과로의 유무, 업무상 흥분, 공포, 놀람 및 급격한 근무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사업주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도 커졌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이전에도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있었다. 법원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관리회사는 근무부서를 변경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입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경비원이 자살한 사건에서 관리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서울중앙지법 2017. 3. 10. 선고 2014가단5356072 판결).

앞으로 감정노동 과정 중 발생한 질병이나 사망에 대한 산재 및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에 있어서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윤미영 산재 전문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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