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졌는데, 근무시간이 어느 정도여야 산재 인정을 받나요?”

산재 전문변호사로 상담을 할 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집배원의 과로사가 문제된 것처럼 우리는 아직도 과로사 뉴스를 보게 된다. 과로사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질병이 악화되어 뇌혈관 질병 또는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답하면, 산재 인정에 필요한 절대적인 업무시간 기준은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고시(제2017-117호)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로의 기준이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뇌·심혈관계 질병의 산재 인정 여부는 업무시간 이외에도 기초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흡연, 음주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의 정도에 대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다수의 판례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과로가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의 발생에 기여했다는 정도의 입증으로는 실무상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다. 이때 규범적 판단을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의 시간이나 양이 과도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뇌·심혈관 질환의 인정에 필요한 업무시간을 제시하고 있는 고용노동부고시(제2017-117호)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단기 과로 -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한 경우

②만성 과로 -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근무시간 산정 시 휴게시간은 제외되며, 야간근무(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의 경우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한다. 근무시간 산출의 객관적인 입증 자료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보통 출퇴근일지, 회사 주차장이나 사무실 출입기록, 업무용 컴퓨터 로그인-아웃 기록 등이 입증자료로 제출된다. 그리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는 업무부담 가중 요인이 있는 업무로 산재 인정에 유리하다.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기초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과거 고혈압,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해 뇌·심혈관계 질환 발병 당시에는 정상 범위 내의 혈압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기존 질환 중 선천적으로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던 재해자의 경우에는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한편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서 흡연, 음주와 같은 평소 생활습관도 고려 대상이 되는데, 과거 건강검진 시 본인이 작성한 건강검진문진표가 증거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윤미영 산재 전문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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