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3일 파기환송… “부랑아 정책에 의한 것”

항소심, 국가 책임 인정했지만 1975년 이전 제외

△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우소극장에 놓인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의 형제복지원 모형
△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우소극장에 놓인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의 형제복지원 모형

형제복지원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 범위를 1975년 내무부 훈령 이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 모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5다210098)에서 1975년 이전 수용 기간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75년 이전 강제수용 기간을 배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들은 2021년 “형제복지원 수용은 대한민국의 위헌·위법한 훈령 발령과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 때문”이라며 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 중 일부의 수용 기간을 인정해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도 국가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1975년 이전 수용 기간은 제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75년 이전 강제수용에 국가가 일련의 국가작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국가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다”며 “이를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1970년 단속한 부랑인 5200명 중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된 점, 부산시가 1973년 8월 부랑인 단속 지침을 구청 등에 하달하고 1974년까지 단속을 시행한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국가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해당 기간에 대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이 높아질 전망이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자 선도’ 명목으로 시민·노인·장애인·고아 등을 강제로 감금한 민간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로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2년 이 사건을 국가의 불법적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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