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지법 2025. 7. 18. 선고 2025카합5059 결정 -
1. 사실관계 및 양측 주장
채권자는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A조합’) 전 조합장이다. A조합은 전체 조합원 588명 중 절반 이상인 303명의 동의를 받아 채권자 등 임원 전원을 해임하는 안건 의결을 위한 총회를 발의했고, 해당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원 345명(= 서면결의서 제출 146명+현장 참석 199명)이 참석하여 334명(= 서면결의서 제출 141명+현장 참석 193명)이 안건에 찬성했다.
A조합은 서면결의서에 별도의 신분증 사본 등을 첨부받지는 않았으나, 임시총회 전 모든 조합원들에게 ① 총회 책자, ② 서면결의서 양식, ③ 반송 봉투를 등기우편으로 송달했던 바,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조합원은 동봉된 서면결의서 양식에 찬반 의견을 기재하고, 이후 동봉된 반송봉투를 이용해 작성한 서면결의서를 조합 측에 제출함으로써 등기우편을 송달받은 본인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함을 확인해주었다.
채권자는 A조합이 서면결의서에 대한 본인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서면결의서 146개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고, 그렇다면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채권자 해임 결의가 무효라며 총회 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채무자 A조합은 △등기우편 송달에 따른 서면결의서 수발신을 통해 본인확인 의무를 이행한 점, △A조합은 사업을 거의 완료해 해산 및 청산 업무만을 앞두고 있어 긴급하게 처리할 사무도 없는 점 등을 주장하며,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되지 않았음을 강조하였다.
한편, 이 사안에서는 채권자를 제외하고는 총회 효력을 문제 삼는 이도,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146명의 조합원 중 서면결의서를 철회한다는 이도 없었다. 오히려 146명 조합원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음을 확인하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2. 도시정비법 제45조 제9항 서면결의서 행사 시 본인확인 의무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은 조합 총회에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원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은 그 조합원에 대한 본인확인을 해야만 한다. 서면결의서의 진정성을 두고 소모적인 법적 분쟁이 다수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 도시정비법이 개정된 데 따른 의무이다. (해당 법령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에 도입됐으나, 2025년 6월 법 개정에 따라 전자투표제 등이 도입되며 제45조 제9항으로 변경되었다.)
• 도시정비법 제45조(총회의 의결) ⑨ 조합은 제5항, 제6항 및 제8항에 따라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본인확인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조합 정관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판례는 정관상 절차를 위반한 서면결의서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도시정비법 제45조 위반으로 무효로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른 방법에 의하여 본인임을 확인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거나 서면결의서가 해당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작성·제출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 비록 조합 정관에서 정한 본인확인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상 본인확인 의무를 위반한 서면결의서로서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수원지법 안양지원 2023. 6. 30. 2023카합10040 결정 등).
3. 의정부지법 2025카합5059 결정의 요지
위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하며 A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9항의 취지가 “단체법적 법률관계의 명확성, 안정성을 위하여 소모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서면결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여 재개발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에 있다면서 제출된 서면결의서가 해당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작성·제출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9항을 위반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여 기존 판례의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법원은 위 법리에 기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 146명은 이 사건이 계속된 이후에 본인이 직접 서면결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점, △이 사건 외에 서면결의서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점, △임시총회 발의자 대표 측은 이 사건 임시총회에 관하여 공고하면서 총회 책자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하였고, 이때 서면결의서 양식과 회송용 우편봉투를 동봉하였으므로, 총회 책자가 담긴 우편을 직접 수령하여 동봉된 회송용 우편봉투에 서면결의서를 밀봉하여 제출한 조합원 143명은 최소한의 본인확인절차가 이행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서면결의서가 해당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작성·제출된 것으로 보이므로 도시정비법 제45조 제9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결론적으로는 가처분 신청의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법원은 보전의 필요성 역시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발의에 참여하는 등 채권자 해임에 찬성하고 있고, 이전고시까지 마쳐진 상태이므로, 채권자가 조합의 급박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처리하여야 할 사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4. 결정의 의의
의정부지법 2025카합5059 결정에서 크게 두 가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도시정비법 제45조 제9항의 본인확인 의무의 취지와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의정부지법 결정은, 도시정비법상의 본인확인 의무 도입이 서면결의서의 진의를 둘러싼 소모적인 법적 쟁송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뤄진 점, 서면결의서가 조합원이 진의에 기한 것임이 명백함에도 본인확인 의무 이행 여부를 형식적, 절차적으로만 판단하여 서면결의서를 효력을 무효로 보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본인확인 의무 이행 방식으로서의 등기우편 수발신의 의미를 모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자는 서면결의서 양식 등의 등기우편 수발신을 통해 본인확인 의무를 이행했다는 채무자 주장에 대해, 모든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일반적 실무상 총회 책자, 서면결의서 양식, 반송봉투 등을 조합원들에게 등기우편으로 송달한 후 이를 직접 또는 우편으로 제출받는 방식을 통해 조합원들이 서면의결권을 행사하게 한다면서 이러한 통상적 절차를 통해 본인확인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등기우편을 송달받은 후, 그 등기우편에 동봉되어 있던 서면결의서 양식과 반송 봉투를 이용하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것이,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여 제출하는 것보다 본인확인의 정도가 약하다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2021가합11928 판결 등에서도 “발의자 대표는 조합원 본인의 의결권 행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서면결의서 양식과 함께 회송용 우편봉투를 총회안내책자에 동봉하여 조합원들에게 보내면서 이를 우편접수하게 하거나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여 제출하게 하고, 홍보요원 등에 의한 대리접수, 인편접수는 불가하다고 알린 사실” 등을 언급하며 우편 수발신에 따른 서면결의서 제출이 본인확인 의무 이행의 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기도 했던 바, 통상의 절차로 이용되던 등기우편 수발신을 통한 서면결의서 제출을 본인확인 의무의 이행 방식으로 고려할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도시정비법 개정이 이루어져 전자투표가 가능해진 바, 전자투표의 확산을 통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할 때 발생했던 여러 법적인 분쟁은 상당 부분 사전에 예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주현 변호사
법무법인 LKB평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