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12일 예산안 의결… 50억 4700만원
일반 55→60만원, 전담 100만원 ‘인상’ 포함
작년 증액안 나왔지만 정부 미동의로 무산
변협, 증액 재차 요청… “국선보수 현실화를”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를 인상하는 예산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예산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됐지만 당시 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증액이 무산됐는데, 이번엔 19년째 동결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가 인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법사위(위원장 추미애)는 전날(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반 국선변호료 지원 사업’ 예산안 등을 심사해 통과시켰다. 예산안에는 일반 국선변호 기본보수를 기존 55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2008년 이후 동결된 전담 국선변호사 보수를 100만 원 인상하는 내용과 사무실 운영비를 인상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증액 예산안은 총 50억 4700만 원이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열린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에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목표는 모든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기본 사회 실현’이며, 법사위 부처 예산은 이 기조 속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국선변호사 보수 현실화 및 관련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의원 외 다수 의원들도 필요성에 공감해 소위원회는 증액 예산안을 오후에 열린 법사위에 상정했다.
열악한 국선변호인 보수 문제에 대한 지적은 법조계 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선변호사에 투입되는 예산이 증액되지 않아 보수와 지급되는 사무실 운영비 등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낮고, 오히려 업무 수행 과정에 필요한 실비를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변호사들은 지급돼야 할 보수가 그 마저도 수시로 연체된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법사위는 2025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를 인상하는 예산안을 이미 의결한 바 있다. 당시 보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윤석열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증액안은 예결특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재차 사법부, 입법부 등에 보수 증액을 강력히 요청했다. 김정욱 협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조희대 대법원장 등 법조 수장들과 환담에서 “20년 가까이 동결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를 현실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월 60만 원 수준인 사무실 운영비로는 사무직원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는 것조차 불가능하단 점, 국선전담변호사 보수에서 월 100만 원 이상이 운영비로 지출되고 있는데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실질적인 보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
변협은 또 지난 8월 열린 ‘제33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소송구조와 국선변호인 제도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선정해 국선변호인 보수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맡은 김기영(변호사시험 2회)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는 “보수가 지나치게 낮아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이 수차례 보수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 의원은 “형사사건 50%, 민사사건 70%가 변호인조차 선임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서민이 법률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선변호사 강화를 위해서 이들이 성실하게 변호할 수 있도록, 그리고 노고에 걸맞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선변호사 보수 현실화는 사법개혁의 출발점이자 약자를 위한 정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국선변호인 처우 개선을 제시한만큼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인 보수 증액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욱 협회장은 “피고인의 방어권 및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국선변호인 보수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예산안을 긍적적으로 검토해 보수 인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에 상고심 국선변호 보수를 최대 80%까지 줄이도록 한 대법원 예규 개정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줄 것도 요청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12일부터 재판예규 제1921호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를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개정 예규는 “상고심에서 변론을 거치지 않고 서면 제출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 재판장은 사안 난이도, 국선변호인이 수행한 직무 내용, 사건처리에 소요된 시간과 노력, 사건처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본 보수액의 50% 이상 80% 이하의 범위에서 감액해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변협은 지난 7월 8일과 지난달 16일 대법원에 ‘상고심 국선변호 보수기준 삭감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원활한 국선변호제도 운영을 위해 감액된 보수지급 기준을 즉시 시정하고 현실에 맞는 적정 보수가 지급되도록 조치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남가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