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6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신상 검증이 아닌 정책 검증에 치중했던 청문회" 평가

재판지연 문제 "법원장도 재판 투입… 법관 증원 간절"

"압색영장 대면심사제, 조건부 구속영장제 긍정 검토"

"대법관 구성 시 다양성·전문성 적절한 조화 추구할 것"

생성형AI, 디스커버리제도 등 법조계 이슈들 견해 밝혀

이틀간 진행된 조희대(사법시험 23회)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는 5일과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재판 지연 해결 방안 △압수수색·구속 영장 제도 개선안 △대법관 인적 구성 등 조 후보자의 사법 정책 구상에 대한 여야 위원들의 질의와 후보자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공탁,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검사 수사 범위 확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의도 나왔지만 조 후보자는 "재판이 계속 중인 사안에 대해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주호영(사시 24회) 인청특위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를 "신상 검증에 관해서는 문제된 것이 전혀 없었고 정책 검증에 치중했던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청문회였다"고 했다.


● 재판지연 지적에 "법원장도 재판하게 할 것… 법관수 증원도 시급"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문회장에서 여야 위원들은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조 후보자에게 해결책을 촉구했다. 조 후보자도 모두 발언에서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여당 위원들이 △고등부장판사제 폐지 △고등법원·지방법원 법관 1인당 처리 사건이 과거 대비 감소했다는 통계자료 △오후 6시가 되자 진행 중인 재판을 끝낸 법관의 사례 등을 제시하며 '법원의 웰빙화'를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열심히 할 인센티브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최근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해진 시대라 예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취임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종전에는 재판 업무를 하지 않던 법원장도 재판 업무를 담당하게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법관 증원 이슈는 시급한 현안"이라며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면 고맙겠고, 상고법원 도입 등 다른 해결 방안도 취임하는 즉시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당 위원이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전문법원 신설, 전문법관 확대 그리고 인사이동 최소화를 주장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노동 법원 신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 후보자는 "노동 사건이 법리가 어려워 지체되는 사건이 많으므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원이 야당 측 인사의 재판만 고의로 지연한다는 주장에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약해져, 실제 재판 과정에서 증인 신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법관이 의도적으로 지연했는지 심사한다는 것 자체도 사법권 독립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합리적 수단이 있는지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명수(사시 25회) 전 대법원장이 도입하고, 재판 지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법원장후보추천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폐단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법원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인 것 같다"며 "다만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는 처한 위치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 "영장 대면심사제 등 긍정… 대법관은 다양성·전문성 고려해 구성"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임의적 대면심사제도'와 '조건부 구속영장제도'에 대한 야당 위원의 질의에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압수수색 영장 임의적 대면심사제도'는 판사가 피의자 또는 검사를 불러 심문하는 등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제도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도'는 피의자의 거주지를 제한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구속하는 등 구속의 조건을 달아 영장을 발부하는 제도를 뜻한다.

조 후보자는 "최근 압수수색 문제가 대두화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이런 제도가 생기면 부자나 힘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쪽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여야 위원들은 대법관 구성에 대한 조 후보자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사시 24회), 민유숙(사시 28회)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한다.

대법관 중 특정 연구회 출신이 많다는 여당 위원들의 주장에는 "대법원장이 된다면 두루두루 인재를 구하고, 묵묵히 일하는 대법관을 잘 살펴내겠다"고 했다.

대법관 구성에 여성, 사회적 약자, 소외 지역 출신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야당 위원들의 주장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양성을 고려하다가 재판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여당 위원의 지적에는 "다양성과 전문성 모두 인권 보장과 직결되기에, 대법관 구성 시 이 둘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 생성형AI부터 디스커버리제도까지… 조희대의 '생각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여야 위원들은 조 후보자에게 법조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물었다.

챗GPT 등 생성형AI를 재판에 활용하는 것은 어떻냐는 질문에 조 후보자는 "AI가 최종 판단을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가 정보 분야의 선도 국가인 만큼 필요한 부분에 거리낌 없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지역 인구와 법원 수가 비례하지 않는 등 법원 소외 지역이 존재한다는 지적에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경우 인구수 비례 위반하면 위헌으로 판단되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위헌적인 사항"이라며 "시급한 지역부터 (법원 설치 등을)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군사 법원의 존속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남북이 대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겠지만, 점차적으로 민간 법원으로 관할을 넓혀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유죄협상제) 도입에 대해서는 서면 답변에서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고, 밀실에서의 협상과 거래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었다. 청문회에서 유상범(사시 31회) 국민의힘 의원(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이 플리바게닝 도입을 요청하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고도의 공익적 범죄, 예컨대 흉악 범죄 등 특정 범죄에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 워낙 중요하기에 불가피한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로스쿨 체제로 들어섰는데 다시 혼란을 줘서는 안 되기에 사법시험 부활에는 반대하고, 방송통신대 로스쿨 도입 등 로스쿨 입학 기회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형제 존폐 논란에 대해서는 "사형제 폐지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만 가석방 없는 무기형 제도 도입은 찬성하고, 도입한다면 사형제를 대체하는 쪽으로 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장단점에 대해 학자마다 입장이 다르고, 도입해야 된다는 사람도 있고 폐단이 많다는 사람도 있는 등 이견이 있어 대법원도 여전히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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