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타고 전파된 페스트의 악몽은 중세 유럽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폐 페스트나 패혈성 페스트에 걸린 사람은 아침에 멀쩡하다가도 밤이 되기 전에 피를 토하며 죽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병을 ‘떼죽음(Big death)’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죽음을 면한 부류의 사람들은 도둑과 유대인들이었다. 도둑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이웃의 담을 타 넘었고, 유대인들은 손을 씻고 청결한 전통을 이어온 탓에 전염병을 멀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몽골 군대가 서구 사회에 전달해준 페스트는 유럽 인구 1/3, 7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교회의 성직자의 70~80%가 죽고 교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교회 대신 페스트에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한 도시 정부를 더 믿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페스트 이후의 유럽 사회는 도시 문명의 발전을 재촉했고, 르네상스 문화를 꽃 피우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0년 전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19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는 무엇일까.

제롬 글랜이 지은 ‘세계미래보고서 2021’과 제이슨생커가 지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함께 읽어보자. 두 책은 직장 문화는 원격 재택 근무의 시대가 도래하고, 교육은 원격 교육의 시대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화폐는 종이 화폐가 디지털 화폐로 대체되고, 국제 관계는 미중 관계 중심에서 다극화 체제로 변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코로나 기간 중 미국의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은 원격 근무로 집 값이 비교적 저렴한 도시 외곽 지역으로 이사했다. 재택 근무의 확산은 식당, 술집 등의 서비스업을 도태 시킬 것으로 보았다. 온라인 교육의 확산은 도제식 교육 체제의 붕괴를 앞당기고, 상당수의 대학을 사장시키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또한 코로나는 디지털 화폐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단일 화폐로 경제는 통합되고, 중앙 은행의 역할을 강화 시킬 것이다. 코로나에 안일하게 대응한 미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어서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데 걸릴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국제 관계는 미중 G2에서 G0 다극화 시대로 변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줌 회의가 일상화되고 마스크 착용이 필수품이 된 코로나 일상은 우리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2020년 3월경 코로나로 폭락된 코스피 지수가 1400에서 2021년 1월경 3200포인트를 찍기까지 급변한 주가 지수만큼 우리의 일상에도 언택트 문화가 더 빨리 찾아온 듯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폭발적인 양적완화정책이 코로나 진정 후 시중에 풀린 자본의 회수로 금융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언택트 문화의 가속화는 막을 수 없을 듯하다.

코로나 지구가 페스트의 중세시대와 같은 급격한 해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기계문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단일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환경 문제와 전염병을 대응하기 위해 세계 정부의 도래를 요청할 수 있다.

미래의 변화는 법조계에도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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