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599명)까지는 그나마 1500명대를 유지하던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2019년에는 1691명, 2020년에는 1768명으로, 2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1년 대비 2018년까지의 주요국 변호사 증가율을 보면 미국은 9.2%p, 독일 6.5%p, 일본 31.4%p였지만 한국은 무려 104.9%p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금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급격한 변호사 수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둔화하고, 절대 인구수 감소가 2020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법조 환경은 또 어떤가. 대한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인 제도의 확대 등 국가 주도 법률사업이 민간 법률시장의 축소를 가속화시켜 개업 변호사들의 일거리를 진공청소기마냥 흡수하고 있다. 노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민·형사소송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AI 및 리걸테크의 확산은 법률상담시장을 급격하게 잠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변호사 수 증가율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가. 법전원체제를 도입하면서 애초 의도한 제도디자인이 실천되지 않고 있다. 로스쿨 전체 정원(2000명) 대비 75%인 1500명을 5년의 응시기회 안에 변호사로 배출한다다는 구상이 법무부의 방관과 각 법전원들의 결원보충제 시행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재학 중 중도포기 인원수는 응시인원 조절의 배출구 기능을 하여야 함에도 법전원들이 결원된 인원을 차년도 신입생으로 보충하는 바람에 응시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더 많은 변호사를 뽑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법전원체제 도입은 다양한 학문적, 실무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을 배출하고 동시에 변호사 유사직역에 대한 법조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법조개혁은 전무하였고 해마다 이해관계가 시급한 응시자의 절실함에만 기대다보니 변호사 수 증원만이 당장의 현실적인 해법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자말자 수습처를 구하지 못하고 그 기간 동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악전고투가 펼쳐진다. 많은 변호사들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변호사 증원정책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법조시장은 공멸할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한정된 법조시장에 현실과 이탈한 과도한 변호사 공급은, 생존을 위한 날선 경쟁과 업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법조시장이 황폐화되면 그 폐해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되돌아간다. 문제의 심각성을 관련 당사자들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전원제도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존속에 대한 안팎의 저항도 거세질 것이다. 법전원체제의 존속을 위해서도 바로 지금이 적정 수의 변호사 배출은 물론, 법조구조개혁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우인식 변협 인권이사(변호사 우인식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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