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살이 될 때까지 지금은 돌아가셔서 볼 수 없는 아버님의 ‘아버지 장학금’과 법학전문대학원생에게 주어지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로 변호사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아들이 공부한다고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친구를 사귀지도 못해 이 세상을 떠나면 굶어죽을까 걱정하시던 아버지에게 아들이 변호사라는 자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유일한 효도인 불효자다.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고, 수천 페이지가 넘는 형사기록도 직접 복사하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개인 변호사이다.

60~70대 아버지 세대는 자식이 변호사와 같이 배 굶지 않는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만 바라셨고, 자식에게 칭찬 한번 맘껏 못 하면서도 당신 친구들에게 아들이 변호사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오늘 이런 아버지 세대의 희망이던 후배는 200만 원은커녕 자비로 변호사 연수를 받고, 변호사법에서 보장한 5년차 이상의 변호사에게 도제식으로 1 대 1 연수를 받기는커녕 3년차 변호사에 9명이 배정받아 실제 기록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교육을 받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에 기대어 학부 대출금과 법전원 대출금에 억눌리고, 취업자리를 구하지 못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해에 등록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 후배들은 취업을 해도 200만 원을 받는 상황이고, 당연히 변호사 등록비는 스스로 내야 한다. 매년 200~300명이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변호사협회에서 자비 연수로 변호사 1년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아들이 변호사, 아빠가 변호사, 엄마가 변호사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변호사와 같은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7급 공무원이 되고자 다양한 직급의 특채, 공채에 응시하는 후배들은 수천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갚는 것이 불가능하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오듯 공무원이 되거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하나 보다. 200~300명의 후배들이 수년간 공부하고, 학비로 투자한 청년기에 대한 보답으로 200만 원 인턴 변호사는 혜택일 정도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연 1200명 이내로 결정되는 꿈을 꾼다. 우리가 로톡, 네이버 엑스퍼트에 수수료를 떼어주며 수임료 할인에 나서지 않고, 사회를 위해 역할을 할 그날을 꿈꾼다. 당장의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200만 원의 저임금 선비 변호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교육과 정당한 보상을 받아 사회에 배려하는 시민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최재원 변협 감사(변호사 최재원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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