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과거시험은 과거 응시생들에게 희망고문의 대상일 뿐이었다. 인사적체와 세도정치 등의 영향으로 조선말에는 장원급제를 해도 수년간 임용대기를 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였다. 조선의 청년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 시험에 응시했지만 임용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합격자 다량 배출은 이후 세대 응시자들의 앞길에 어두움만을 더해줬다.

2008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었다. 한 해에 천여 명씩 법조인을 배출하던 기존의 사법시험과 달리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은 2000명으로 정해졌다. 법무사·세무사 등 법률 전문직의 변호사로의 일원화가 법학전문대학원 정원 증원의 주된 논리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 듯 법률 전문직의 변호사로의 일원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변호사 직역에 처음 합류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변호사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변호사 배출 수를 증가시킨 결과 청년 변호사들은 일자리 부족, 생계 곤란을 넘어 제대로 된 실무수습처 하나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감독하는 정부가 인턴을 할 병원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들을 배출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일이겠는가? 그런데 이런 일이 지난 십여 년간 변호사 업계에서 발생했다. 만약 처음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될 때 약속이 지켜졌다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모두 변호사가 된다 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연히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것은 젊고 힘없는 청년 변호사들에게 정책 실패의 대가를 모두 짊어지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 허울 좋은 명분을 빌미로 젊은 변호사들에게 모든 피해를 감당하라고 할 수 없다. 당장 정부 당국과 각 법학전문대학원은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변호사 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위해 변협과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또 법률 전문직의 변호사 일원화나 법학전문대학원 정원 축소라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변호사 과잉 배출의 고통을 이제 막 변호사로서 삶을 시작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모두 감당하라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고, 너무도 비겁한 일이다.

변호사 실무수습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은 젊은 변호사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변협의 첫 문제 제기다. 이제 모두가 그 질문에 답하여야 할 것이다.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법률사무소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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